입을 틀어막아도 말 같은 말은 듣기 힘들고 말 같지 않은 말들로 세파는 진흙탕으로 범람하고 있다. 말의 풍년 속에서 쓸 만한 말이 모래더미에서 바늘 찾기처럼 힘들다. 말을 직업으로 하는 입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불량투성이고 가히 폭력적이다. 그렇다고 귀를 틀어막고 살 수 없으니 말이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는 말이 있듯이, 세치 혀가 사람을 잡는다 했다. 혀의 길이는 세치(三寸)다. 뛰어난 말재주를 삼촌지설(三寸之舌)이라 하듯이, 지식과 경력을 뽐내는 요설(饒舌)과 길게 이야기하는 장설(長舌)을 잘하는 사람의 혀는 죽더라도 썩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판의 말이야 말로 뻔뻔하게 둘러대는 삼촌불란지설(三寸不亂之舌)이라 해도 과하지 않게 들린다.
이럴 때 참으로 신선한 천양희 시인의 <참 좋은 말>이 약이 되고 위로가 된다.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 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으나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 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 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황인숙 시인의 <말의 힘>이란 시가 참으로 기분 좋게 들린다.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는 말은 주위에 흔하고 흔하다. 좋은 말의 높고 깊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어려운 말도 아니다.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이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한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 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 보자.
터뜨려보자.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하여 타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고, 삶과 세상의 이치를 일깨워주는 힘을 가진 것이 좋은 말이다. 시인의 시는 가장 짧은 말로 긴 여운을 주는 좋은 말의 대명사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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