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박용호 위원장님. ‘아스팔트’로 가십니까?
며칠 전 통일로를 차로 지나는 데 길가에 붙어있는 프래카드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미래통합당 파주시 을 당협 위원 일동 명의로 걸린 프래카드였습니다.
주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반도 평화위협은 대북전단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저는 그 것을 보는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양반 이제 끝났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선거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위태위태 하던 불길함이 비로소 명료해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노선과 이념, 사상 등을 구체적으로 나누어본 적은 없었어도 최소한 인정을 해 줄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용호 위원장은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쳐 오직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물입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파주 갑 지역에서 을로 출마 지를 돌연 바꾸는 무리수를 두었을 때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것 때문에 용인이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정파적 입장에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인물 군으로 여기는 낌새는 물론이고, 유능한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로서 지역을 위해서 기여할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위협은 대북전단이 아니라 김정은이다!!’라니요. 그것도 파주에서 말입니다. 파주는 평화와 역내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역입니다. 파주의 지형을 바꾸어놓은 LG디스플레이나 기업들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파주였다면 과연 들어올 수 있었겠습니까?
본인이 어린 시절을 보냈을 전쟁 후의 탄현면처럼 ‘삐라’가 난무하고 포 소리에 잠을 설치고 철조망이 논밭을 가로질렀던 그런 파주라면 어느 누가 보따리를 들고 이곳에 올 것입니까.
그리고 ‘한반도 평화위협은 대북전단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입니까? 전쟁해서 이기면 좋아진답니까?
요즘은 초등학생도 그런 류의 말은 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변해서 이제 통일은 ‘당위’이고 지고지순한 가치로 여겨지던 시절이 아닙니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채우면서 살려고 하는 것이 대세인 세상입니다. 어느 일방이 흡수통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독거리고, 만나서 설득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통일은 ‘선택’인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인정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김정은’은 북한 사회의 최고 지도자입니다. ‘한반도 평화위협은 김정은’이니 평화를 위해서 쳐부수어야 합니까? 쳐부술 수는 있습니까?
그럴 수 없음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박용호 위원장과 파주 을 ‘당협 위원’들만 모르십니까?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기반도 지지도 없는 박용호 위원장이 당내의 강경 수구세력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라고 말들을 합니다. 파주 갑 지역을 내버리고 돌연 을로 옮겨왔으니 기존 터 잡고 있던 세력들이 흔쾌하게 따를 리가 없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특정한 이념적 성향의 세력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요.
충고 합니다만 그런 세력들은 독약이나 다름없습니다. 아스팔트를 누비며 입만 열면 “빨갱이”를 외치는 그런 사람들로는 절대로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부디 지금의 시대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맑은 눈으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정치 이전의 본업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나마 조금의 연민이라도 있기에 이런 말도 하는 것이니 곡해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