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대선 기간 중 들은 말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프게, 또는 안타깝게 들린 말이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었습니다. 주로 보수를 자처하거나 지향하는 분들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흔히 말하기를 총선과 지방선거는 정권의 잘잘못을 ‘심판’하는 선거이고, 대통령선거는 향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전망투표’라고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로서 대통령이 차지하는 정치적 위치가 워낙 막중하고, 대통령의 선택 하나하나가 국민들에게 직접적이고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런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오로지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는 막무가내식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었습니다.
물론,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고 말하는 사람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을 모르지 않고, 정치적 반대편의 선거 전술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보수주의자, 또는 보수 정치세력이 해야 할 말도 아니고 선거 전술도 아닙니다.
이재명 당시 후보의 ‘사법 리스크’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합의한 민주주의 공화국 헌법은 누구나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를 추정’하는 까닭에 죄를 예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그토록 숭상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재명 측이 주장하는 대로 “죄를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기소했다.”는 주장은 논외로 치더라도 왜 이재명에게만 ‘유죄 추정’을 하고 ‘예단’해서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지난 6.3 대선에서 이재명 반대편 세력들의 유일한 선거전략이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는 것은 스스로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고 말하는 집단의 선거전략으로서는 너무 부끄러운 것 아닌가요?
기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힘이 이길 가능성은 장가간 갑돌이와 시집간 갑순이가 재혼할 확률에 수렴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삶을 국가가 제약을 할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무력을 앞세워 침탈케한 대통령이라는 자의 미치광이 짓에 그 당의 대부분은 찬동 내지는 묵시적 동의를 했습니다. 그런 자를 체포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서도 몸으로 막아선 수 많은 국회의원들이 있었습니다. 그자가 끝내 파면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있어서까지도 그당은 진정성있는 사과가 없었습니다. 그 당의 후보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러고도 국민들에게 “이재명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표를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없고 화가 나는 일 아닙니까?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구분 짓는다면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 만으로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 힘이라면 보수적 가치 실현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진보 역시도 동일한 노력을 하게되고 결국 우리 사회가 전진하게 되는 이치입니다.
국민의 힘이 이런 보수적 가치 실현을 외면하고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는 따위의 몰가치에 묻혀버리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커다란 손해입니다.
즉 새의 한쪽 날개가 고장나서 날 수 없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제 민주당까지 ‘중도 보수’임을 선언하고 나섰으니 국민의 힘이 갈 곳은 ‘극우 보수’일까요?
그 당에서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당원들이 판단을 하게되겠지만, 저는 건강하고 상식적인 의식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의 힘 당원들이 존재할 것을 믿습니다.
정책과 논리로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우리 정치의 모습.
이제는 보여주셔야 안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