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오후 7시,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의 '라스트 찬스'에서 남북 평화와 통일를 염원하는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경계위의 화음, 공존을 노래하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평화음악회는 장파리 주민과 관객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의 예술가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이 열린 '라스트 찬스'는 가왕 조용필이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1960~70년대 김태화, 윤복희, 패티김 등 최고의 가수들이 무대에 섰던 전설적인 장소다. 미군의 장교 클럽으로 사용되다 1970년대 미군 철수 이후 50년 가까이 문을 닫았으나, 2021년 경기도 등록문화재 8호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음악회는 이런 의미 깊은 공간에서, 음악으로 남북이 하나 되는 순간을 담아내 더욱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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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한라예술단의 공연모습 |
행사는 북향민 예술단인 '백두 한라 예술단'의 북한 가요 무대로 문을 열었다. 이어 아코디언 연주, 물동이춤, 부채춤, 꽃춤 등이 이어지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다. 냉방시설 없이 선풍기와 부채만으로 무더위를 견뎌야 했지만, 리비교 건너 임진강 북쪽 전방에 주둔하던 미군들의 기지촌이었던 장파리의 공간적 상징성은 관객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북향민이 남한의 대중가요를 부르고, 장파 1·2리 이장들이 무대에 올라 춤사위를 더하며 관객들과 하나된 순간이었다. 이는 음악이 국경과 이념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청춘레코드 소속 청년들 또한 창작곡과 가요, 올드 팝송을 선보이며 젊은 감성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파평면 주민 강모(66) 씨는 “옛날엔 군인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이젠 평화를 이야기하는 문화공간이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 말미에는 출연진과 관객 모두가 함께 ‘임진강’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손을 맞잡고 함께 부르는 장면이 연출돼 감동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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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대표 마무리 인사장면 |
행사를 주최한 ‘DMZ 평화동행’ 안재영 대표는 “조용필과 김태화의 전설이 시작된 무대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다시 울려 퍼졌다”며 “이번 음악회를 통해 장파리라는 시간이 멈춘 기지촌 마을의 문화적 재발견과 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평화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부르는 작은 노래에서 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소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노래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장파리를 울린 이날의 작은 화음은, 언젠가 더 큰 평화의 합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