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8월 10일, 인천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와 제4차 한·중·일 농업장관회의 일정을 마친 직후 파주시 월롱면 벼농가를 찾았다. 일본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쌀 공급난을 겪는 가운데, 한국의 생산·유통 구조를 직접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행보다.
이번 시찰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일본 총리와의 회동이 예고된 시점에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양국이 외교·안보 의제뿐 아니라 농업·식량안보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미리 가늠하는 실무형 외교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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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시 월롱면 벼논을 시찰하며 농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중앙). 일본 내 쌀값 급등과 병해충 피해 속에서 한국 농업의 대응 모델을 직접 확인했다. =2025년 8월 10일 오후 4시 38분, 사진/아사히신문 |
현장에는 이병직 파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이천일 농협경제지주 품목지원본부장, 신영균 파주 탄현농협 조합장, 황익수 파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등이 동행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폭염 속에서 농로를 걸으며 벼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농협 전량 직매입 구조, 다품목·소포장 유통 모델, 소비자 가격 책정 방식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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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중 3국 농업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오른쪽 셋째)**이 8월 10일 경기 파주시 월롱면 벼논을 찾아 한국 농업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7년 만에 재개된 한·일·중 농업장관회의와 연계된 이번 현장 시찰은 일본의 쌀 부족 사태 해법 모색과 한·일 농정 협력 가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YTN 캡처) |
그는 “일본은 5kg 포장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4kg 포장이 주류”라며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양국의 쌀 수급 여건은 다르지만 안정적인 생산·공급이라는 과제는 같다”며 “현장에서 배운 점을 일본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작년부터 잇따른 흉작과 병해충 피해로 쌀 공급이 급감하면서 1년 새 두 차례 쌀값이 급등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농가의 불안이 커졌다”며 비축미 방출과 증산 전환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이 수입한 한국산 쌀은 416톤으로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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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산 ‘아끼바레’ 쌀 포대를 들고 기념촬영하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중앙). =2025년 8월 10일 오후 4시 58분, 사진/아사히신문 |
고이즈미 장관은 다음 날인 11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농업 분야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일 농업장관 회동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농산물 유통체계 개선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1981년생인 고이즈미 장관은 전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차남으로, 자민당 내 대표적 차세대 주자다. 환경상 시절 UN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펀쿨섹좌’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파주 방문은 그가 농업·식량안보를 차기 리더십의 주요 의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