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혹한 국제질서, 핵 없는 정권의 운명
  • – 카다피, 사담 후세인, 네타냐후, 그리고 이란 사례를 중심으로
  •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최근 수십 년간 국제정치의 사례는 하나의 공통된 진실을 드러낸다. 핵무기나 압도적 군사력이 없는 정권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의 몰락,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 총리의 사례, 그리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선제 공격은 모두 ‘핵 없는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적 시각과도 직결된다.

     

    1994년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보유국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옛 소련 해체 과정에서 넘겨받은 막대한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영토 보전과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미국, 영국, 그리고 프랑스와 중국까지 안전 보장을 다짐한 문서가 바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였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2022년 전면 침공으로 이 약속은 산산조각 났다. 우크라이나는 핵 없는 안전 보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체험한 셈이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대표적 사례다. 카다피는 2003년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으나 2011년 나토의 공습 속에 축출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역시 미국의 침공으로 권좌에서 끌려 내려와 전범 재판을 거쳐 처형당했다. 그들에게는 정권을 끝까지 지켜낼 억지력이 없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2023년 하마스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 점령을 추진하면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희생되었고, 결국 국제형사재판소가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여전히 권좌에 있다. 핵무기와 강력한 군사력, 그리고 미국의 지지가 정권 안보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그를 ‘전쟁 영웅’이라 칭송했다.

     

    2025년 6월, 미국은 이란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시설을 선제 공격했다. 이란이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핵무기 없는 국가가 얼마나 쉽게 외부 공격의 대상이 되는지를 웅변한다. 핵무기 부재가 곧 안보의 공백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례가 말해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국제사회에서 핵 없는 정권은 언제든 외부의 압박과 군사 개입 앞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 정권이 핵을 생존 보증수표로 삼는 이유이며, 우리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냉혹한 현실이다.

     

    국제질서는 정의와 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카다피, 사담 후세인, 네타냐후, 그리고 이란의 사례는 힘의 균형 속에서만 생존이 보장되는 세계의 냉혹한 진실을 웅변한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 전략 역시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칼럼 기고 :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 사단법인 녹색평화연합 이사장




     

  • 글쓴날 : [25-08-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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