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파주읍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마을공동체 ‘함께 걷는 여행길’(대표 황경옥)이 30일, 파주시 연풍리에서 성매매 집결지 환경정화 활동을 벌였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청소 활동을 넘어,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성매매 근절과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의미 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함께 걷는 여행길’은 파주시 보건소에서 운영한 ‘북유럽형 걷기 프로그램(노르딕 워킹)’에 참여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마을공동체다. 노르딕워킹은 양손에 스틱을 들고 걷는 운동으로, 일반 걷기보다 운동 효과가 뛰어나고 신체 정렬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진행된 연풍리 걷기와 환경정화 활동은 단순한 청소를 넘어, 여성 친화 도시 파주의 가치에 공감하며 파주시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특히 이날 활동에는 또 다른 마을공동체인 ‘료리조리남북먹거리’(대표 지은영) 회원들도 동참해, 연풍리 마을의 역사 해설을 듣고 집결지 일대를 함께 청소하며 공동체 회원들간의 연대와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
파주시 마을공동체 '함께 걷는 여행길' 회원들이 연풍리 마을의 역사 해설을 듣고 집결지 일대를 함께 청소하며 공동체 회원들간의 연대와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
연풍리, 기억해야 할 마을의 두 얼굴
연풍리는 파주읍에 있는 마을로, 1914년 파주군 주내면 지역의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만들어졌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갈곡천 덕에 예로부터 농사가 잘되던 마을로 알려져 있으며, 마을 이름 ‘연풍(延豊)’ 역시 풍요로움을 뜻한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이곳은 미군기지 인근 기지촌으로 급변했다. 속칭 ‘용주골’로 불리며 수십 년간 미군 상대 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가 들어섰고, 1960~70년대에는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졌다. 1980년대 미군 철수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일부 업소는 최근까지도 성업 중이었다.
파주시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민선 8기 출범 이후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했다.
파주시, 용주골 완전 폐쇄를 위한 ‘전면전’ 돌입
2023년 1월,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 TF팀’을 신설하고 정비 계획을 1호 결재로 승인하면서 본격적인 철거와 정책 대응에 돌입했다. 2023년 11월 첫 행정대집행 이후 2025년 4월까지 총 9차례의 철거 작업을 시행, 전체 82개 동 중 74개 동(90%)의 정비를 완료했다. 자진 철거, 시 매입, 행정대집행 등 다각적 접근을 통해 연내 완전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매매 수요 자체를 줄이기 위한 ‘올빼미 캠페인’도 병행 중이다. 시민들이 집결지 내에서 말없이 팻말을 들고 성구매 행위 차단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캠페인은, 실제 업소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등 높은 실효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복지 지원 정책도 강화됐다. 생계비, 주거비, 직업훈련비, 자립지원금 등 실질적 지원을 포함한 조례가 제정·개정되었고, 현재까지 19명이 도움을 받고 있다.
‘함께 걷는 여행길’, 건강과 공감을 잇는다
‘함께 걷는 여행길’ 마을공동체는 단순한 운동 동호회를 넘어, 건강 증진, 환경정화, 사회적 공감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이번 연풍리 환경정화 활동에서도 회원들은 역사 해설을 통해 마을의 과거를 배우고, 현실을 직접 걸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변화를 체감했다.
“우리가 걸은 이 길이, 변화의 길이 되기를”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완전 폐쇄 이후, 해당 용지를 ‘여성 친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도서관, 공원, 문화·체육·복지시설 등을 조성해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현재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시민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는 끝내야 할 불법의 역사이며, 시민의 지지와 동참으로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라며, “올해 안에 연풍리 집결지를 완전히 폐쇄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한 걸음의 힘이 모여, 도시가 바뀐다.
연풍리에서 시작된 변화는 성매매가 사라진 안전한 도시, 성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를 상징한다. 파주읍 마을공동체 ‘함께 걷는 여행길’이 걷는 이 길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꾸는 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