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 한 뙈기라도 있으면 밭을 일구려는 것이 농민의 마음이다. 그러나 정성껏 키워낸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판로조차 없어 버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영세·소농, 고령농, 여성농은 대규모 상업농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 소외되며 탈농·이농의 길로 내몰리기 일쑤다.
경기북부 대표 도농복합도시 파주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2024년 기준 파주 농업인 중 65세 이상 비율은 49%에 달하고, 경작지 1헥타르 이하 소농이 87%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관내 소비 비중은 25.7%에 불과해, 파주시민의 밥상은 상당 부분 외지 농산물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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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복합센터 조감도_2026년 완공 예정 |
도농상생의 해법, 로컬푸드
파주시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대안으로 ‘로컬푸드’를 주목했다.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이고, 농민은 새로운 판로를, 시민은 합리적 가격의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얻는 상생 모델이다.
이를 위해 시는 북부권 문산에 첫 직영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고, 운정신도시에는 교육장·체험실을 갖춘 로컬푸드복합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유통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문산 직매장, 두 달 만에 2억 2천만 원 매출
지난 7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9월 말 정식 개장한 문산 로컬푸드 직매장은 파주시 직영 1호점이다. 문산읍 선유리 938-1번지 392㎡ 규모 신축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문산점은 지난 2014년 파주시에 처음 생긴 조리농협 직매장을 비롯한 7개소의 기존 직매장과 달리 매장 조성 비용 6억 원을 전액 시 예산으로 투입해 마련한 시 직영 1호 직매장으로 파주시 출자기관인 ㈜파주장단콩웰빙마루가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 4년간 운영해온 ㈜파주장단콩웰빙마루 ‘해스밀래 로컬푸드’를 확장 이전하는 형태로 문을 연 문산점은 별다른 홍보 활동이 없었던 두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에만 벌써 153개 농가가 상품 출하에 합류하고, 매출실적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안착해가는 모습이다.
392㎡ 규모 매장에 153개 농가가 참여해 신선농산물, 축수산물, 장류 등 687개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두 달간 매출은 2억 2천만 원을 돌파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입증했다. 주간 매출은 첫 주 1,179만 원에서 다섯째 주 2,700만 원까지 늘었고, 현재는 2,200~2,400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출하 농민들은 판매 수수료 12%를 제외한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며, 당일 수확·당일 판매 원칙과 생산자 실명제 덕분에 소비자 신뢰도도 높다.
“월급 받는 농부가 됐어요”
농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탄현면에서 18년째 농사를 지어온 신선자(70) 씨는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직매장에 납품해 월평균 2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그는 “그간 판로가 없어 버리던 농산물을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사주니 농부로서 보람과 자존감이 커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소비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인근 주민 오경아(45) 씨는 “올 때마다 새로운 품목이 있어 장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고, 독립 생활 중인 이도진(38) 씨는 “생산자 이름이 붙은 농산물을 고르니 신뢰가 간다”며 직매장의 단골이 됐다.
파주 전역으로 확산될 로컬푸드 네트워크
문산 직매장의 성과는 파주시의 로컬푸드 정책이 단순한 실험이 아닌 지속 가능한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는 앞으로 운정 로컬푸드복합센터 건립을 비롯해 기존 농협 직매장과의 협력, 도심 직매장 확대를 통해 로컬푸드 유통망을 전역으로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로컬푸드는 도농복합도시 파주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라며 “지역 먹거리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시민에게는 믿을 수 있는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해 건강한 지역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