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회 도비 삭감에 파주 성매매피해자 지원 중단 위기
  • 도비 삭감에 국비·시비까지 중단 위기…“지원체계 사실상 붕괴”
  • 경기도의회가 2026년도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대해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법에 따른 공적 책임을 스스로 부정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공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60여 곳은 2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 결정을 규탄했다. 같은 시각 도의회 밖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강 한파 속에서도 손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성매매 피해자 지원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법적 책무”라며 “이번 예산 삭감은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법에 근거한 보호체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지원 중단…현장은 이미 붕괴”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주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나루’의 이희애 원장은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이 원장은 “2026년도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아무런 공식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성매매 피해자 지원 사업 일체가 중단됐다”며 “시설 관리·운영비는 물론 5개 시·군 12개 단체에서 일하는 약 70여 명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건비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탈성매매 여성들의 치료·회복 비용, 의료·법률 지원, 소송비, 직업훈련비 등 피해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모든 사업비가 중단됐다”며 “장기 치료나 만성질환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분들조차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관리운영비와 인건비, 피해자 지원 사업비를 포함해 말 그대로 모든 사업이 멈췄다”며 “현장은 이미 붕괴 상태”라고 강조했다.

    “도비 0원이면 사업 자체가 일몰”

    보완 발언에 나선 김동선 파주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이번 사안의 핵심이 ‘예산 삭감’이 아닌 ‘사업 일몰’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성매매 피해자 지원 사업은 국비 70%, 도비 15%, 시비 15%로 구성된 법정 매칭 사업”이라며 “국가와 파주시는 예산을 편성했지만, 경기도가 도비를 0원으로 만들면서 사업 전체가 진행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비와 시비가 확보돼 있어도 도비가 빠지면 사업은 집행될 수 없다”며 “이는 곧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복지 서비스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도비 1억1천만 원 삭감이 40억 원 중단으로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삭감된 도비 규모는 약 1억 1,355만 원에 불과하지만, 법정 매칭 구조로 인해 파급 효과는 훨씬 크다. 도비 전액 삭감으로 국비와 시비 집행까지 중단되며, 총 약 40억 원 규모의 성매매 피해자 지원 예산 전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특히 파주뿐 아니라 성남·수원·평택·동두천 등 도내 여러 지역에서도 도비 미확보로 인해 성평등가족부가 국비 집행을 보류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는 “경기도의회의 결정이 특정 지역을 넘어 경기도 전반의 피해자 지원 체계를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절차 위반·이해 개입 의혹”…도의회 책임 촉구

    시민단체들은 예산 심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법에 근거한 계속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경우 준수해야 할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3조」의 심의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도의원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고충’을 문제 삼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법 행위와 연관된 이해관계가 예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예산 전액 삭감의 공식 사유 공개 ▲이해 개입 여부에 대한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 예산 즉각 복원 ▲위법·부당한 결정에 대한 시정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의장·집행부 면담…“추경 복원 노력”

    기자회견 이후 시민단체 대표단은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김 의장은 “전액 삭감이라는 극단적 결정이 내려진 경위를 확인하겠다”며 “2026년 4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도비 복원 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김진효 경기도 여성정책과장과의 면담에서 집행부는 국비 우선 집행과 추경 복원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도비 삭감으로 법정 매칭 구조가 무너져 국비 집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성평등가족부와 협의해 도비 성립 전 집행과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청 앞 기자회견…“지사 재의요구는 선택 아닌 책무”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같은 날 오후 3시 경기도청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에게 지방자치법 제120조에 따른 재의요구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은 법에 따라 반드시 보호돼야 할 공적 보호체계”라며 “이를 전액 삭감한 도의회의 결정은 명백히 공익을 침해하고 법의 취지를 훼손한 위법·부당한 의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도지사는 피해자 보호 정책의 최종 집행 책임자”라며 “책임 있는 해명과 즉각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끝으로 “성매매 피해자는 통계나 예산 항목이 아니라, 존엄을 회복해야 할 시민”이라며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놓을 때까지 이 문제를 기록하고, 묻고,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글쓴날 : [26-01-03 01:37]
    • 지은영 기자[jey204@naver.com]
    • 다른기사보기 지은영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