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연기[煮豆燃萁] 煮:삶을 자 豆:콩 두 燃:탈 연 萁:콩깍지 기
중국 위나라의 문장가 조식(曹植)은 형 조비(曹丕)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서 있었다. 조비는 아우의 재능을 시기한 나머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목을 베겠다는 잔인한 명령을 내린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조식이 읊조린 시가 바로 ‘자두연기(煮豆燃萁)’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본디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왜 서로 들볶아야만 하는지.
1800년 전의 이 비극적 탄식이 2026년 봄, 파주 정치의 한복판에서 기묘한 기시감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파주시장 경선 국면에서 벌어진 최근의 광경이 그러하다. 파주시장 적합도 여론조사를 단 이틀 앞두고 자당 후보 3인이 현직 시장을 향해 쏟아낸 집단 공세는, 조비가 조식에게 내디디라 했던 그 잔혹한 ‘일곱 걸음’의 압박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지난 11일 ‘새로운 파주를 위한 연대’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긴급 기자회견은 그 명분과 달리 지극히 ‘정치적 사냥’에 가까웠다. 여론조사라는 결정적 심판대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책 경쟁 대신 상대를 향한 의혹 공세를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불순한 의도를 내포한다.
특히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경일 시장을 향해 일부 언론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방패 삼아 집단 린치를 가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올가미 정치’다. 54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이 정책으로 이길 자신이 없자, 같은 뿌리인 동지를 솥에 넣고 삶아버리겠다는 초조함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는 파주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향한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기’ 식의 비루한 행태일 뿐이다.
연대가 주장의 근거로 삼은 의혹들은 이미 사법기관의 판단과 객관적 물증에 의해 그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황제 수영’ 논란은 경찰 무혐의와 징계 무효 판결로 법적 정당성이 입증되었고, ‘휴대폰 요금 대납 의혹’ 역시 사실무근임이 밝혀져 해당 언론사가 고발된 상태다. ‘업자 유착설’ 또한 조달청의 투명한 시스템 구조상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를 외면한 채 의혹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형제혁장(兄弟鬩墻)’, 즉 한집안 형제가 담 안에서 서로 싸우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정은 시의원의 지적처럼, 동지를 물어뜯는 정치로는 본선에서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는 결국 민주당 스스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치적 자해 행위’가 될 뿐이다.
김경일 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하고 억울하지만 오직 시민만 보고 가겠다”며 포용의 자세를 보였다. 감정적 대응 대신 단체장으로서의 격조와 품격을 유지한 대목이다.
54만 파주 시민이 바라는 것은 서로의 뒤를 캐는 ‘탐정 정치’가 아니다.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민생을 살피고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유능한 행정가다. 조비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아우를 몰아세웠듯, 당장의 지지율을 위해 동지를 삶아대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남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상처뿐인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차가운 외면뿐이다.
본래 같은 뿌리(同根生)에서 나온 동지들이다. 파주 정치가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어찌 서로 삶기를 이리 급하게 하는가.” 자두연기의 비극과 골육상쟁의 역사가 말해주듯, 동지를 향한 칼날은 결국 공동체 전체를 상처 입힌다. 이제라도 비방의 칼을 거두고 시민 앞에서 정책으로 경쟁하라. 그것이 54만 파주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공당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