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 이 글은 김순현 파주신문 대표가 컬럼집 ‘공존의 길 위에서’를 펴내면서 책머리에 실었던 글입니다. 편집자 주

     

    운명처럼 지역 언론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역 언론은 그 자체로 열악하고,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관계자들의 행태에 실망을 하기도 하지만, 제게 있어서 지방자치의 발전과 지역민들의 참여를 위해서 건강한 지역 언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은 확고합니다.

    지역 언론은 태생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서 만들어지고 그것을 위한 매체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지역 언론이 ‘마이크로 미디어(Micro-media)’로서의 기능밖에는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지역의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위한 필요성조차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발전시키고 확장시켜야 한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 믿음은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욕망과 현실적 질량’과의 괴리는 지역 언론의 현실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 부분이 선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역 언론의 건강한 발전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욕망’을 최대한 줄이면 ‘현실의 질량’이 모자란다 해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기에 지금 까지 ‘지역 언론’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저의 우둔함은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을 펴기 위해서 지난 날 써온 글들을 돌아보니 어찌 그리 바뀌지 않았는지, 이미 한 차례 책을 펴낸 일이 있지만 그 이후로의 글들 역시 천편일률(千篇一律)입니다.

    이 책에 있는 글 서너 편 만 보시면 전체를 다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저를 두고 누군가는 ‘꼿꼿하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모자라다’라고 듣습니다. 그런 ‘꼿꼿함’으로 나와 내 주변의 친구들, 부모님, 처자와 형제 그 누구도 덕을 본 일이 없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술 한 잔을 제대로 사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살아버린 세월 때문에 이제, 그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는 ‘꼿꼿함’마저 없으면, 내 존재자체도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한 때 당소위 천도 시야비야(儻所謂 天道 是邪非邪)를 물으며 쓴 소주잔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라며 스스로를 다독거리기도 했습니다.

    천형과도 같은 삶을 언제 까지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 하루를 살아도 구부러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무겁고 거친 글을 또 다시 세상에 내놓는 다는 것이 두렵고 송구스럽습니다.

    저의 글로 상처를 입었을 많은 분들이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이 글을 처음 보시는 독자 분들께서도 세상을 저렇게 산 사람이 있었구나. 라고 가볍게 넘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자랑할 일이 1도 없지만 제 삶의 전부였기에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었음을 혜량하여 주십시오.

     

    2020, 바람 부는 4월 김순현

     

     

     

  • 글쓴날 : [21-05-0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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