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외저설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초(楚)나라 왕이
묵자(墨子)의 제자인 전구(田鳩)에게 물었다. "
묵자는 학식이 넓다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
물이네. 그런데 품행은 단정하지만 언설을 보
면 장황하기만 할 뿐 능변이 아닌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전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옛날 진(秦)나라 왕이 그 딸을 진(晉)나라
공자에게 시집보낼 때 온갖 장식을 다하고 아
름답게 수놓은 옷을 입은 시녀 70명을 딸려보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자는 오히려 그 시
녀들을 사랑하고 딸을 학대하였습니다. 따라
서 진 나라 왕은 딸을 좋은 곳에 시집보낸 것
이 아니라 시녀들을 좋은 곳에 시집보낸 꼴이
되었지요.
또 어느 초나라 사람은 자기가 가
진 구슬을 팔러 정나라로 갔습니다. 그는 목란
(木蘭), 계초(桂椒)와 같은 향기로운 나무로 짜
고 물참새의 털로 장식한 상자를 만들어 그 안
에 옥을 넣어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정나라 사
람은 그 상자만 샀을 뿐 옥은 되돌려 주었다고
합니다(買櫝還珠).
오늘날 세간의 학자들도 이와 같아서 모두
능란한 변설로 꾸미기를 잘하며, 군주는 또 그
화려함에 현혹되어 실질을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묵자의 언설은 성왕의 도를
전하고, 성인의 말씀을 논함으로써 세상 사람
들을 감동시킵니다.
만약 언설을 꾸미게 되면
사람들은 단지 그 꾸민 말과 표현에만 주의하
여 실질은 잊게 될 것이니 그것은 언설을 꾸미
면 실질의 중요성이 묻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묵자는 그 말만 장황할 뿐 능변은 아닌 것입니
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8월 30일로 김경일 파주시장과 목진혁 파주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이 개시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으나, 주민소환 투표를 위한
서명 활동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정치
지형을 조성하려는 정치권의 개입과 시민 참
여 부재, 시장과 시의원에 대한 ‘망신 주기’식 1
인 시위 등으로 본래 의미를 잃고 있다는 시민
들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 취재기자들
이 입수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취지를 보면 신청
사이전, 용주골폐쇄, 금성의집 사태, 동물화장
장 문제 등등의 이유가 적시돼있다. 그러함에
도 서명운동 과정에서 농촌형 똑버스(DRT, 수
요응답버스) 도입으로 민원촉발된 택시업계와
의 연대투쟁 움직임이 있었고, 종국에는 국민의
힘 파주을 당협 위원장을 비롯 일부 전현직 시
의원이 가세하는 모양새로 발전하면서 순수한
시민권리 청원운동이 정치투쟁로 변질되는 과
정을 목도하게 돼버렸다.
당초 청구취지를 벗
어난 또다른 소환운동 원인 추가사안은 불법
이라는 선관위로부터 답변을 받은 바 있어 하
는 말이다.
주민들의 개별민원에는 개별해법이 있을 것
이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은 언제든 발생
할 수 있고 이의 해결은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
다. 시민들의 신성한 시민권리가 ‘주민소환 운
동’이라는 거창하고 화려한 포장에 가려 그 본
질을 잃어가고 있다. 2300년 전시집 잘 보내려
다가 딸은 학대 당하고 시녀들만 좋은 일 시키
는 모양새의 매독환주(買櫝還珠) 교훈을 돼새
겨 볼 때이다.
내종석 기자
paju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