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억새가 군락을 이루는 등 건강한 생태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정명희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이 목소리를 높여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2017년과 2022년 공릉천 모습이 담긴 사진, 그리고 2023년 현재 사진을 비교해 보여주었다. 작년까지도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공릉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올해 가시박이 온통 천변을 점령한 모습이었다.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 모두 생태교란종의 놀라운 확산 속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DMZ생물다양성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한 ‘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아래 ‘생태교란식물 대책 포럼’)에서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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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 |
“공릉천, 물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나…”
하천 개발 사업이 생태교란종 득세로 이어져
이날 ‘생태교란식물 대책 포럼’에서 생태교란종이 파주시 하천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공릉천 천변을 생태교란종인 가시박이 온통 점령하고 있었다. 참고로, 가시박은 덩굴손을 이용해 사방으로 확산하는데 하루에 무려 3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이런 빠른 확산 속도로 기존의 자생 식물을 뒤덮어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나무까지 뒤덮어 고사시킨다. 그러다 보니 가시박은 ‘식물계의 공룡’으로 불린다고 한다.
정명희 소장은 이런 생태교란종의 득세가 파주시 개발 행위와 관련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로 파주시의 ‘친수공간 조성사업’이다. 이는 소리천, 공릉천, 문산천 등에 산책로, 자전거도로, 물놀이장, 꽃밭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하천변 자생 식물을 걷어내고 만든 꽃밭은 유지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간섭으로 교란된 환경은 장기적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하천변은 정원과 다르다”며 꽃밭 조성 사업을 비판하고, 그 때문에 “교란 식물 제거 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생태적 환경”을 조화롭게 갖추도록 규정한 ‘파주시 친수공간 조성에 관한 조례’를 언급하며 “과연 생태적 환경을 고려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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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에서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정명희 소장이 '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원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해결 방법은? 자생 식물이 다시 자라도록 해야!
산학협력으로 개발된 최신 기술도 소개해
포럼은 생태교란종 관리 사례로 이어졌다. 먼저 ‘아름다운 한탄강과 임진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최성욱 사무국장은 연천군의 사례를 소개했다. 오랜 기간 축적한 다양한 물리적 방법, 화학적 방법, 친환경 제거 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가시박은 드센 가시 때문에 사람이 직접 제거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뽑는다고 해도 땅속의 씨앗들이 나와서 다시 자란다며 사람이 직접 뽑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단풍잎돼지풀의 경우에는 첫째 마디가 15센티미터 이상 자랐을 때 예초기가 효과적일 수 있다며 제거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광범위한 지역을 관리할 수 있는 친환경 제거 방법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이날 포럼에서 ‘산학협력으로 개발된 최신 기술’의 성과를 알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한경국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홍선희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먼저 홍 교수는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침입종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목적을 분명히 했다. 또한 예방-방제-봉쇄-자산 기반 보호의 단계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 방제, 생물적 방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편리하고 효과적인 고압 분사기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물만 쓰면 되는 것으로 “일종의 워터 나이트(water knight)”라고 설명했다. 균핵(sclerotia)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받았다.
홍 교수는 연구 결과를 정리하며 “가시박만큼은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4차년 계획을 제안했다. 1차년에 모니터링을 하고, 2차년과 3차년에 고압 살수 가시박 제거를 하며, 4차년에 다시 모니터링과 굴취를 한다. 이렇게 해서 “자생 식물이 다시 자라면 게임 끝”이라는 것이다.
국제스포츠드론 함영현 이사장의 발표도 있었다. 드론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방제로 시간과 예산을 줄일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렇게 이날 포럼에서는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접하게 되어 참여자들의 눈이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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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에서 아름다운 한탄강과 임진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최성욱 사무국장이 '연천군 생태교란식물 조사 및 관리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한경국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홍선희 교수의 '생태교란식물 중장기 관리방안' 발표가 이어졌다. |
파주시 담당 과 “민・관 협의체 구성하겠다”고 응해
부서 간 협의 채널 개설은 과제로 남아
의미 있는 토론도 이어졌다. 정명희 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협의체를 통해 △ 시범지역 선정 및 운영 △ 생태계 교란 식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 유해식물 분포도 작성 △ 생태교란 생물 제거 사업 이후 관리 체계 마련 등의 역할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그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자세로 자리를 함께한 파주시 환경지도과 조윤옥 과장은 “오늘 포럼이 굉장히 유익했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나아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응했다.
또한 그동안 생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파주시의회 박은주 의원은 “파주시가 올해 (생태교란종 제거 사업에) 4억 원의 예산을 썼고, 내년에도 4억 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그런데도 왜 생태교란종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오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은 듯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나아가 박 의원은 “내년에 시범 지역을 정해서 오늘 논의된 방식을 시도해 보자”고 제안해 참여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최성욱 사무국장은 “관련 부처 간 협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서 간 엇박자로 그간의 성과와 예산을 헛되이 날려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파주시의 경우 환경지도과와 개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친수하천과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 부서 간 장벽이 남한과 북한의 분단 장벽보다 더 넘어서기 힘든 일이기에, 부서 간 협의 채널 개설은 과제로 남아 있다.
파주시는 친수환경 조성사업으로 천변에 물놀이장, 자전거도로, 산책길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의 호응은 높다. 시민들은 답답한 주거지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기 위해, 즉 물억새와 나무 그리고 그곳에 서식하는 새들의 지저귐을 만나기 위해 산책을 즐긴다. 그런데 억새가 사라지고 나무가 죽고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새들이 사라진다면, 시민들은 더는 친수환경 조성사업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은 11월 22일(수) 파주시민회관 다목적실에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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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에서 파주시의회 박은주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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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하천 생태교란식물 현황과 대책 포럼에서 파주시 환경지도과 조윤옥 과장이 발언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