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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시장실'이라는 오만, 민주적 절차 짓밟은 '사또 정치'

2026-06-14 15:27 | 입력 : 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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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전 '구두 지시'로 밀어붙인 시장실 이전, 직권남용이자 점령군 행세다
소통 공간 쫓아내고 혈세 낭비… 인수위는 시민 앞에 공식 사과하라

▲ 내종석 파주신문 발행인

민선 9기 손배찬 파주시장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파주시청이 발칵 뒤집혔다. 시민 소통을 기치로 내걸고 본관 1층의 소통홍보관실과 시민고충처리위원회를 임대건물로 전격 이전시킨 것이다. 아직 민선 8기 김경일 시장의 임기가 보름 이상 남은 시점이다.

당선인 측은 "낮은 곳에서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라고 강변한다. 좋은 뜻이다. 시장실을 1층으로 내려 문턱을 낮추겠다는 발상 자체를 비난할 시민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목적이 정당할지라도,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비민주적이고 절차를 무시했다면 그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 파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소통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 마치 점령군이 들이닥쳐 짐을 빼라는 식의 ‘오만한 권력 행사’로 비칠 뿐이다.

민주적 절차의 실종, 궁예의 관심법과 무속의 난무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형식과 절차의 부재'에 있다. 시청사 관리부서는 시장실 이전에 대해 문서로 전달받은 것이 없고, 불과 3~4일 전 위(?)로부터 내려온 ‘구두 지시’에 따라 이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조성환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위원들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니, 도대체 이 거대한 이사 작전을 막후에서 지휘한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란 말인가.

지방자치법상 당선인은 법적 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행정처분이나 예산편성 등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임기 개시 전까지는 전임 시장의 권한이 유지된다. 법령에 없는 부당한 지시를 내리거나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하면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민주주의에서 예측 가능한 형식과 절차를 무시하는 순간, 궁예의 관심법이 등장하고 무속이 난무하게 된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참으로 오만한 표현 뒤에 숨어, 시스템이 아닌 독단으로 시정을 쥐락펴락하려는 행태는 전형적인 '사또 정치'이자 '이방 정치'의 조짐이다. 우리는 이미 현 정권이 출범 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하루라도 청와대에 들어갈 수 없다"는 주술적 괴담과 불법적 사안들로 어떤 사회적 갈등을 남겼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민주진영에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백주대낮에 똑같은 '구둣발 정치'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예산 낭비와 시민 불편, 누구를 위한 소통인가

더욱이 이번에 밀려난 소통홍보관실과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시민들의 민원과 가장 밀접한 공간이다. 시민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임대건물 구석으로 내몰면서 '시민 소통'을 외치는 것은 명백한 어불성설이다.

또한, 소통홍보관실 내의 영상 녹화 스튜디오 시설 이전은 수억 원의 혈세가 수반되는 주요 시설이다. 선거공약집에도 없던 시장실 이전을 위해 정식 문서도 없이 구두 지시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이사를 감행한 것은 파주시민들의 혈세를 가볍게 여긴 처사다. 소통을 위해 소통의 공간을 쫓아내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과연 손 당선인이 말한 '낮은 곳'의 정체성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의 공식 사과와 투명한 절차 이행을 촉구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남은 옷단추는 모두 어긋나게 마련이다. 좋은 취지의 정책일수록 절차는 더 투명해야 하고 과정은 더 민주적이어야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다.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채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란(亂)'이며, 시민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보는 오만이다.

손배찬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초래한 법적·도덕적 결함의 무게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차한 변명이 아니다. 파주시민 앞에 행정 절차적 오류와 독단적 행태에 대해 겸허히 공식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 당장 밀어붙이기식 이전을 중단하고, 시장 이·취임식 이후 정식 행정 절차와 투명한 예산 심의를 거쳐 시장실 이전을 재추진하라. 파주시민들은 '점령군의 구두 정치'가 아닌, '법과 절차를 지키는 예측 가능한 민주 시장'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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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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