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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드론 시대, 파주에는 아직 대전차 방벽과 철조망…“70년 희생, 이제는 보상해야”

2026-09-16 15:30 | 입력 : 하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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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현 경기도의원,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 개최
북파주 면적 43% 군사보호구역…대전차 방벽·용치·철조망 철거 필요성 제기
박영민 DMZ연구소장 “파주, 유엔 국제평화도시로 지정받아야”

 김순현 경기도의원이 15일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산장단파평적성 등 임진강 인근 주민과 박정 국회의원 최유각 파주시의회 의장 경기도의회 관계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하효종 기자
▲ 김순현 경기도의원이 15일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산·장단·파평·적성 등 임진강 인근 주민과 박정 국회의원, 최유각 파주시의회 의장, 경기도의회 관계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하효종 기자

파주가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감내해 온 군사적 규제와 군사장애물에 대한 시민들의 피해 호소가 한자리에 모였다.

대전차 방호벽과 용치, 임진강·한강변 철조망 등 군사장애물이 주민들의 생활권을 단절시키고 도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변화된 안보환경에 맞춰 군사적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시설은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국가 안보를 위해 장기간 불이익을 감내해 온 파주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함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상시적인 민·관·군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순현 경기도의원은 15일 오후 2시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산·장단·파평·적성 등 임진강을 마주하고 생활하는 주민들을 비롯해 박정 국회의원, 최유각 파주시의회 의장, 경기도의회 관계자,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오랜 기간 군사시설로 인해 겪어온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재산권 제약, 지역개발 저해 문제 등을 공유하며 피해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파주시 월롱면 반환미군공여지 캠프 에드워즈 일대 민자역사 건립과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업구간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파주시 제공
▲ 파주시 월롱면 반환미군공여지 캠프 에드워즈 일대. 민자역사 건립과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업구간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파주시 제공>

“파주에는 대전차 구조물·용치 약 53개…주민 단절과 도시발전 저해”

이날 토론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파주시가 파악하고 있는 군사장애물의 현황이었다.

이학현 파주시 도시계획과장은 토론에서 “파주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략 53개의 대전차 구조물과 용치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군사장애물이 주민 생활과 도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들 시설이 단순한 군사시설을 넘어 주민 간 생활권을 단절시키고 심리적인 위압감을 주는 것은 물론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시설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군사시설과 관련한 행정 협의 과정에서도 기존의 협의 구조만으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학현 과장은 “군과의 관계에서도 현존하는 협의 구조보다 좀 더 심도 깊은 주민 참여와 원활한 의사전달, 행정을 위해 상시적인 협의기구 또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군사시설 문제를 국방부와 지자체 간 협의만으로 다루기보다 실제 해당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상시적인 소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래식 전쟁시대 시설, 현대전 변화에 맞춰 재검토해야”

파주 북부지역은 상당한 면적이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과 토지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과거 재래식 전쟁에 대비해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과 하천의 용치 등은 도로를 차단하고 마을을 가르는 시설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설치된 시설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시설 가운데 현재도 군사적 필요성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등 무기체계가 크게 변화한 현대전 상황에서 과거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시설과 방벽, 참호 등의 군사적 효용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임진강과 한강변에 설치된 철조망 역시 주민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강변의 생태·관광자원을 활용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영민 대진대학교 교수 겸 DMZ연구원장이 15일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날 파주를 유엔 국제평화도시로 지정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효종 기자
▲ 박영민 대진대학교 교수 겸 DMZ연구원장이 15일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날 파주를 유엔 국제평화도시로 지정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효종 기자

박영민 교수 “파주를 유엔 국제평화도시로”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박영민 대진대학교 교수 겸 DMZ연구원장은 파주가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을 오히려 평화와 국제협력의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파주는 유엔 국제평화도시로 지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랜 기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접경지역 파주의 특성을 평화와 공존의 가치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시설을 무조건 철거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군사적 필요성이 있는 시설은 유지하되, 필요성이 낮아진 시설은 정비하고 그 공간을 평화·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주민들 “안보 위해 희생했는데 합당한 보상은 어디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산·장단·파평·적성 주민들은 군사장애물로 인한 현실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대전차 방호벽과 용치가 도로와 마을을 단절시키고 지역의 개발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군사시설이 생활공간 곳곳에 남아 있어 주민들에게 심리적인 위압감까지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 안보를 위해 수십 년간 규제를 감내해 온 만큼 이제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재산권과 생활권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5일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효종 기자
▲ 15일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경기북부 지역의 군사장애물로 인한 시민피해와 해소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채경숙 파주민보 기자

파주시 건의 36개소 중 철거계획 10개소…“실질적인 속도 필요”

파주시는 그동안 군사장애물 철거를 위해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파주시가 철거를 건의한 군사장애물은 36개소로 알려졌지만, 국방부가 철거 계획을 제시한 곳은 10개소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철거 대상 시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실제 현장의 군사적 필요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필요성이 낮거나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철거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시설을 장기간 방치하기보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비사업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산읍 마정리 마을을 가로막고 있는 대전차 방어 벽 마을 안쪽에 위치한 대전차 구조물로 인해 주민 통행 불편 마을 단절 위압감 등 다양한 피해와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하효종 기자
▲ 문산읍 마정리 마을을 가로막고 있는 대전차 방어 벽. 마을 안쪽에 위치한 대전차 구조물로 인해 주민 통행 불편, 마을 단절, 위압감 등 다양한 피해와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하효종 기자

이재명 대통령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 약속…후속 조치 주목

파주 주민들의 관심은 이제 정부가 접경지역의 오랜 희생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보상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주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임진강 철조망 철거 등 접경지역 현안과 관련해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주민들은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실제 군사장애물 철거와 규제 완화, 주민 지원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이번 토론회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대전차 방벽을 철거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변화한 현대전에서 과거 군사장애물의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국가 안보와 주민의 생활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수십 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파주 주민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돌려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특히 파주시가 밝힌 약 53개의 대전차 구조물과 용치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군사적 필요성이 낮은 시설에 대한 단계적 철거, 주민이 참여하는 상시 민·관·군 협의체 구성 등이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원희복 파주시청소년재단 대표는 서울시민의 식수원 보호를 위해 개발 제한을 감수해 온 여주·양평 등 상수원보호지역의 지원 사례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파주 등 접경지역에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과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군사장애물 철거와 관련해서도 “철거 비용을 파주시만 부담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자신의 SNS와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밝혔다.

파주가 더 이상 단순한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희생만 감내하는 지역에 머물 것이 아니라, 안보와 평화, 주민의 삶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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