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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비용을 안 들이고도 모든 것을 얻는다

2026-10-12 15:48 | 입력 : 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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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을 넘어 건넨 예우, 공로를 함께 나눈 현수막…겸손이 넓히는 파주 정치의 지평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한 손배찬 시장…삼도품 축제에서 만난 아름다운 협치

▲ “절을 하면 마음이 절로 숙여져요”라는 글귀와 절하는 모습을 담은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삽화. 자신을 낮추는 몸가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시작됨을 일깨운다.

정치인의 품격은 때로 거창한 연설보다 짧은 소개 한마디에서 드러난다. 누구를 호명하고, 누구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누구의 수고를 함께 기억하는가. 행사장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몇 순간에 권력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긴다.

지난 11일 헤이리 갈대광장에서 열린 제10회 탄현면 삼도품 축제에서 눈길을 붙든 것도 그런 장면이었다. 파주시주최 행사장에서 주최측이 국민의힘 파주시을 당원협의회 한길용 위원장을 소개하고, 김순현 경기도의원에게도 축사의 시간을 할애했다. 상대의 존재를 시민 앞에서 정중히 인정하고, 자신이 채울 수도 있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한길용 위원장을 향한 예우는 당적의 경계를 넘어선 존중이었다. 김순현 의원에게 내어준 시간은 지역을 위해 함께 일하는 정치인의 역할을 인정하는 배려였다. 두 장면의 의미는 조금씩 달랐지만, 그 바탕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놓여 있었다.

지역 행사장을 오래 취재해 온 기자에게 이러한 풍경은 각별하다. 여야의 집권 여부를 떠나,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겸손의 장면을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했다는 감회가 남았다. 주민자치회가 주관한 축제의 주인은 주민이다. 정치인이 그 사실을 행동으로 존중할 때 축제의 무대는 한층 넉넉해지고, 주민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 지난 11일 헤이리 갈대광장에서 열린 제10회 탄현면 삼도품 축제에서 내빈과 행사 관계자들이 ‘평화 보리비빔밥 퍼포먼스’에 참여해 대형 주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우러지는 비빔밥처럼 지역사회의 화합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불과 나흘 전인 7일, 손 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시간을 ‘변화의 토대를 다지는 시간’으로 평가했다. 균형 잡힌 평화성장도시, 풍요로운 자족도시, 모두가 누리는 행복도시를 시정 목표로 제시하고, ‘경청과 협치’,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를 시정 원칙으로 밝혔다.

그 약속은 기자회견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민의 평가를 받는다. 시민은 선언문에 적힌 말이 일상의 행동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살핀다. 그런 의미에서 삼도품 축제에서 보인 배려는 ‘경청과 협치’라는 원칙을 실천하는 작은 걸음이었다. 말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는 점에서 기꺼이 칭찬할 만하다.

겸손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다른 사람의 역할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시장에게는 시장의 책임이 있고, 국회의원과 도의원에게는 각자의 책무가 있다. 정당을 대표하는 사람 역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다. 서로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할 때 지역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대화의 문도 열린다.

김어준의 230만 구독자 유튜브 방송 이름인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도 문득 떠오른다. ‘겸손은 힘들다’는 말에는 인간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 있다. 주목받는 자리에 익숙할수록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데는 마음의 수고가 따른다.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일에는 절제와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겸손은 말보다 실천에서 그 무게가 드러난다.

파주 정치에서 상대의 수고를 인정하는 풍경은 또 있었다.
▲ 지방도 363호선 야동∼금승 도로확포장공사 예산 증액 편성을 알리는 현수막에 김순현 경기도의원(왼쪽)과 박정 국회의원의 사진과 이름이 나란히 실려 있다. 지역 현안 해결의 성과를 함께 알리는 모습에서 공로를 나누는 정치의 품격을 엿볼 수 있다.

지난 8월, 파주의 주요 도로사업에 대한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반영을 알리는 현수막에 박정 국회의원과 김순현 도의원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했다. 지방도 359호선 갈현∼축현 도로확포장공사 190억 원, 지방도 363호선 야동∼금승 도로확포장공사 156억5,600만 원 등 총 346억5,600만 원 규모의 사업비였다. 박 의원이 김 의원의 지역 현안 해결 노력을 함께 알린 사례였다.

국회의원과 경기도의원의 사진과 이름을 나란히 담아 지역 주요 지점에 내건 현수막에서 주목할 것은 공로를 함께 나누는 태도다. 국회의원이 도의원의 노력을 시민에게 알리고, 지역의 성과를 함께 기뻐하는 모습에는 정치가 지녀야 할 넉넉함이 있다.

성과를 두고 공로 경쟁을 벌이기 쉬운 정치문화 속에서 이러한 사례는 협력의 이정표로 기억될 만하다. 다른 사람의 수고를 인정하는 태도가 자신의 신뢰와 품격까지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정·김순현 두 의원의 사례는 같은 정당 안에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한 모습이다. 삼도품 축제에서 한길용 위원장에게 건넨 예우는 당적의 경계를 넘어선 배려다. 두 풍경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인정과 존중이 정치의 공간을 넓힌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뜻을 품은 삼도품 축제에서 이러한 장면을 만났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 서로 다른 물줄기가 만나 더 큰 흐름을 이루듯 지역의 발전에는 다양한 목소리와 역할이 필요하다. 함께 비빈 대형 비빔밥 역시 각기 다른 재료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상징이었다. 정치인들이 보여준 배려도 그 축제의 정신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겸손은 비용을 안 들이고도 모든 것을 얻는다.”

이 문장을 오늘의 파주 정치에 건네고 싶다. 상대의 이름을 정중하게 불러주는 데 별도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 함께 일한 사람의 수고를 인정하는 데 사업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시민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데 필요한 것은 존중하는 마음과 잠시 자신을 낮추는 여유다.

그 작은 실천으로 얻는 신뢰는 행정의 소중한 자산이다. 신뢰가 쌓이면 의견이 다른 사람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대화가 이어지면 협력의 가능성도 커진다. 파주가 마주한 제약과 과제를 풀어가는 데 이러한 신뢰는 실질적인 힘이 된다.

이번 칭찬은 한 장면이 품은 가능성에 보내는 격려다. 행사장에서 보여준 존중이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어지고,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는 행정으로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배려가 거듭되어 시정의 관행으로 자리 잡을 때, 취임 100일의 약속도 더욱 단단한 기반을 얻게 될 것이다.

손배찬 시장은 시민이 “파주에 살아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이루는 길에는 큰 사업과 예산이 필요하고, 사람을 대하는 세심한 태도도 필요하다. 상대에게 내어준 짧은 시간이 시민의 마음에는 오래 남을 수 있다.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존중하고, 그 존중으로 함께할 길을 넓히는 정치. 그러한 겸손이 파주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지난 11일 축제장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에, 오랜 세월 지역의 현장을 지켜온 기자로서 조용한 미소와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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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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