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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찬호(號), 예산 한파 맞은 파주, 보도블록 갈고 어공자리 늘릴 때인가

2026-11-02 04:36 | 입력 : 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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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 1팀’ 신설, 쓰리 쿠션(Three-Cushion) 위인설관(爲人設官) 우려에 답하라
55만 시민의 삶이 우선…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지출 걷어내고 조직개편의 필요성 증명해야

▲ 내종석 파주신문 발행인

당근마켓에 올라온 익숙한 사진 한 장이 눈에 꽂혔다. 파주시청 앞 인도 공사로 걷어낸 보도블록이 필요한 분은 가져가라는 생활정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밟고 다니고, 사무실 창문 너머로 늘 바라보던 풍경이다. 남에게는 알뜰한 생활정보였지만, 내게는 시정에 대한 물음표로 다가왔다.

부모님의 재력(?) 덕분에 1990년대 초반, 시청 근처에 아파트와 사무실을 얻었다. 작은 건설사업으로 시작해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에 종사했다. 제 사무실 창문 너머로 35년 가까이 파주시의 공간과 시정을 지켜본 세월이 있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류화선 후보가 69.5%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던 시절도 기억한다. 그러나 그 역시 6년가량 머물다 떠난 ‘어공’이었다. 거대한 공무원 조직에 임기 몇 년짜리 어공들의 임시 출입증이 발급되고 회수되는 과정을 여러 번 지켜봤다. 

어공들이 입성(入城)할 때마다 새로운 깃발이 걸렸지만, 늘공의 책상에는 어제의 민원과 오늘의 숙제가 함께 쌓였다. 권력의 주인은 바뀌어도 시민의 삶과 행정의 책임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출입증이 유효할 때 시민을 위해 제대로 일해야 한다. 권력은 잠시 맡은 것이고, 그 권력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평가는 자리를 떠난 뒤에도 남는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다.

시청 앞 인도(人道)에서는 1인 시위와 집단민원 시위가 벌어진다. 시정이 시민들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라면, 어차피 벌어질 소통 현장을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 수는 없을까.
▲ 파주시청 앞 시청로 인도에서 진행 중인 보도블록·경계석 교체 공사 현장. 보도 가장자리를 따라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안전 고깔과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인도 옆 시청 주차장 일부를 녹지와 쉼터로 조성해 민원인들의 소통 공간으로 만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민들이 경찰차와 뒤엉켜 차도로 밀려나는 위험천만한 현장을 여러 번 목도했다. 민원 관련 직제를 손보고 시장실을 옮기는 데 들이는 관심을, 시민들이 안전하게 서 있을 ‘인도적(人道的) 시위 공간’에도 나눠주었으면 한다.

시장 집무실을 1층으로 옮겨 시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취지까지 비판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시기와 절차, 비용의 적정성은 따지되 대시민 민원서비스에서 성과를 내면 될 일이다. 다만 시장실을 한 층 내렸다고 시민의 마음까지 저절로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런데 며칠째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보도블록과 경계석 교체 굉음은 영 귀에 거슬린다. 내게는 오히려 같은 장소에서 울리는 민원인들의 함성과 나팔 소리가 역동적인 파주의 아름다운 소리로 들린다.

내 창밖으로 보는 시청 앞 인도는 점심시간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유독 눈에 띄는 길이다. 자가용으로 청사를 드나드는 민원인들의 이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거의 ‘공무원들의 점심시간 이용도로’가 불편하다고 공무원들이 민원이라도 제기했던 것일까, 투박한 의문도 든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안전상의 중대한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부분 보수로는 어려웠는지, 얼마를 들여 어느 범위까지 교체해야 하는지 설명하면 된다. 아직 쓸 만해 보이는 인도를 혈세 들여 손볼 만큼 시급하고 효율적인 공사였는지, 나는 아직 나 자신을 설득하지 못했다. 걷어낸 블록을 나누는 알뜰함이 공사를 결정할 때도 충분히 발휘됐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경기도 예산 삭감의 한파에 파주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시의회 예산 심사에서도 도비 삭감에 따른 시비 부담 문제가 지적됐다. 내년도 도비 보조율 조정까지 겹친 만큼 사업의 우선순위를 더욱 엄격히 따져야 한다.

시장은 결재 도장을 찍기 전에 ‘정말 필요한 예산인가’, ‘지금 꼭 급한 예산인가’를 늘 되물어야 한다. 시민의 지갑은 얇아지는데 시청의 명패만 두꺼워져서는 안 된다.

지난 10월 28일 박시영TV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대통령 지지율을 설명하며 사람에 대한 신뢰, 노선, 정책을 짚었다. 손배찬 시정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승선 인원 55만. 손배찬호는 ‘평화도, 경제도, 파주로!’라는 간판을 달고 출항했다. 성매매집결지 공론화를 담은 첫 핵심 정책 결재, 시장 업무공간 이전, 시민통합위원회 설치 추진, 직제개편과 인도 공사까지 하나씩 장착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굉음이 아닌, 소통과 위안의 연주가 되려면 시민의 삶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보여줘야 한다.
▲ 파주시의 ‘2027년 1월 1일자 조직개편안’ 중 변경 후 조직도 일부. 행정안전국에 미디어콘텐츠과를 신설하고, 산하에 미디어콘텐츠팀 하나를 배치하는 ‘1과 1팀’ 구성이 담겨 있다.

입수한 ‘2027년 1월 1일자’ 조직개편안에는 12국·85과·365팀이 13국·86과·370팀으로 바뀌는 것으로 돼 있다. 자료의 집계 기준으로 국 하나, 과 하나, 팀 다섯이 순증한다. 특히 행정안전국에 신설되는 ‘미디어콘텐츠과’ 아래에는 ‘미디어콘텐츠’ 한 팀만 보인다. 이른바 ‘1과 1팀’이다.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으나, 한 팀을 독립된 과로 둘 만큼 업무량과 책임이 커지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기존 소통 조직과의 업무 구분은 무엇이며, 실무 인력을 보강하는 것보다 별도 과를 두는 편이 왜 효율적인가. 조직도에 선 하나 더 긋는다고 전문성이 한 줄 더 생기는 것은 아니다.

쓰리 쿠션(Three-Cushion) 위인설관(爲人設官)?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해야 할 일에 맞춰 사람을 구하는 순서가 뒤집히면, 일이 자리를 만드는지 자리가 일을 찾는지 헷갈리게 된다. 도표만으로 특정인을 위한 자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1과 1팀’의 필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위인설관식 비효율적 직제개편 아니냐는 우려도 피하기 어렵다. 인력과 비용, 업무분장과 성과 목표로 답할 일이다.

행정 경험이 없는 시장이 집행부 경험을 갖춘 보좌진을 보강하려는 뜻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람을 챙기는 일만으로 시정의 방향과 목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선하고 주변 사람은 반드시 챙기는 시장’이라는 평판이 공적 인사의 기준까지 대신한다면 시정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손배찬호에는 20~30년의 노하우를 쌓은 이들을 비롯한 전문 공무원들이 타고 있다. 어공이 늘공의 전문지식을 분야마다 뛰어넘을 재주는 거의 없다. 보수적으로 고착화된 톱니바퀴에 끼어 허우적거려서도 안 되겠지만, 단단한 조직을 잘 활용해 파주 발전을 꾀하는 것도 어공들의 몫이다.

나는 과거 민주당 모 시장이 자칭 ‘파주당’을 운운하며 진보진영의 구조변경을 시도하던 때도 갈등을 겪었다. 어설픈 조언 끝에 권력자들과의 송사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검찰이 보여주던 철제 캐비닛 가득한 서류도 기억한다. 대법원 최종심까지 두 번을 갔으니 오죽하랴.

그런 일을 겪고도 또 훈수다. 조언 잘못했다가 ‘반명’ 딱지가 붙는 세상에 ‘반손배찬’이라는 주홍글씨의 낙인 인두질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비판하는 입을 적의 입으로만 보면, 정작 배에 물이 샌다고 알려줄 사람부터 멀어진다.

이재명 정부를 둘러싼 신뢰와 노선의 논란을 손배찬호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같은 민주진영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민심의 바다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중앙의 바다가 거칠어질수록 지역의 작은 실수도 더 엄격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엄중한 인식이 필요하다.

사람은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지, 태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신발 속 이물질은 털고 가는 것이 맞다. 시장실 이전이든 시장차 번호판 교체든, 직제개편이든 보도블록 공사든 필요성과 비용을 시민 앞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창밖 인도의 돌을 고르게 까는 정성을 시민 마음속 돌부리를 살피는 일에도 나눠주기 바란다. 55만 시민을 태운 손배찬호가 오래, 제대로 항해하기를 바라는 시청 앞 35년 구경꾼의 투박한 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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