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조리읍 등원2리의 이장 선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총회를 통해 선출한 신임 이장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조리읍은 선거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규정에 따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일 오전 등원2리 주민 20여 명은 파주시청 출입구 앞에서 임세웅 조리읍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주민들이 선출한 이장의 정당성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집회 도중 한 어르신이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번 갈등은 등원2리 이장 선출 과정에서 비롯됐다. 주민들은 지난 20여 년간 이장 선출과 마을 운영을 둘러싸고 주민 간 반목과 법적 다툼이 반복되면서 마을공동체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파주시장에게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등원2리는 오랜 갈등을 끝내고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마을총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마을규약과 절차에 따라 후보자의 자질과 책임감 등을 심의했으며, 그 결과 기호 1번 이재식 후보를 신임 이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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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중 등원2리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쓰러져 119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효종 기자 |
그러나 경쟁 후보 측이 조리읍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민들은 조리읍이 주민들의 선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이 마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기호 2번 후보가 과거 마을 운영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전임 이장과 함께 총무로 활동했던 인물이라며, 조리읍장이 해당 후보 측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탄원서를 통해 "특정인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의 갈등을 끝내고 주민들이 서로 믿고 화합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을 뿐"이라며 파주시가 이장 선출 과정의 적법성과 행정의 중립성을 철저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조리읍은 주민들의 선출 결과를 무조건 부정하거나 특정 후보를 편드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리읍은 최근 등원2리 이장선출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낸 '이장 선출 관련 공정한 선출절차 이행 안내' 공문에서 후보자 자격심사와 주민총회 등 선출 절차의 적정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법률자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법률자문에서는 마을 정관과 규칙은 상위 법령 및 관련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적용돼야 하며, 선거관리위원회는 투·개표와 절차 이행 등 선거 관리 업무를 담당하되 후보자 자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거나 선거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주민 전체에게 참여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회의의 의결은 전체 주민의 의사로 인정하기 어렵고, 특정 후보자에 대한 편의 제공 역시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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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선출 관련 공정한 신출절차 이행을 촉구하는 조리읍 안내문. |
조리읍은 주민들에게 선출 관련 사항을 충분히 공개하고 주민 모두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절차를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는 등 정상적인 선출 절차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규정과 법률자문 결과에 따라 조리읍에서 이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임세웅 조리읍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대한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등원2리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과정에 개입하거나 이장 선거 중 관련 규정을 새롭게 만든듯한 정황 등이 있어 주민총회의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주민 모두에게 공정하게 선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등원2리는 지난 20여 년간 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주민 간 반목과 갈등이 이어져 온 마을"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이장 선출이 이뤄져 화합하는 마을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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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리읍의 입장을 설명하는 AI가 만든 가상 이미지 ⓒ하효종 기자 |
이번 사안은 주민들이 선택한 마을 대표의 정당성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선출 과정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행정은 어떤 기준과 절차로 개입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20여 년간 이어진 갈등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의 기본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지만, 그 의사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주민에게 공정한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행정 역시 법과 규정에 따른 판단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번 이장 선출 논란이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오랜 반목을 끝내고 등원2리 마을공동체가 화합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