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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승리 이후 공직을 정치적 보상으로 배분하는 '엽관주의(Spoils System)'의 문제점을 풍자한 이미지. 공직은 전리품이 아닌 국민을 위한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 인사다.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함께 정책을 추진할 사람을 선택할 권한을 가진다. 이는 「지방자치법」이 보장한 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권한은 법과 절차 안에서 행사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가진다. 지방자치는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시민 모두를 위한 행정을 지속하기 위한 민주주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손배찬 파주시장은 시정 철학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세웠다. 사실에 근거해 진실을 찾고 시민 중심의 행정을 펼치겠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실사구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실학 정신에서 비롯됐다.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시민의 삶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그 핵심 가치다.
그렇다면 이러한 철학은 현재 파주시 인사 현장에서도 지켜지고 있는가.
최근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들을 향해 '최소한의 염치'를 거론하며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시장 시절 임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거취를 '알박기'로 규정하고, 시정 철학이 바뀌었으니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감사(監査) 가능성을 언급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정황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현대 행정의 기본 원칙인 '실적주의(Merit System)'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과거 선거 승리자가 전리품을 챙기듯 공직을 배분하던 '엽관주의(Spoils System)'는 전문성 훼손과 행정의 정치화라는 부작용 때문에 폐기된 지 오래다. 법률과 규정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나 공직자는 특정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 변화와 관계없이 공공서비스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미 큰 비용을 치렀다. 대법원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직권을 행사하는 행위가 위법함을 명확히 판결했다. 이는 '염치'나 '정치적 도리'라는 모호한 수사보다 '법치행정의 원칙'이 우위에 있음을 확인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감사가 인사를 위한 도구로 변질되는 징후다. 감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이지, 특정인의 거취를 결정하거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임기가 남은 공직자에게 '갑질'이나 '감사'를 운운하며 퇴진을 압박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사구시가 경계해야 할 '사실을 왜곡하는 권력의 남용'이다.
일각에서는 철학이 다른 인사들이 요직을 지키는 것이 행정 마비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행정에서 시정의 독주를 견제하고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마비가 아니라 '건강한 견제'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법의 맹점을 찾아내 사퇴를 종용하는 영악함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지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행정의 품격이다.
행정은 선거가 끝난 다음 날에도 계속된다. 시민의 삶은 선거 일정에 맞춰 멈추지 않으며, 공직은 선거의 전리품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다. 새로운 시장에게 필요한 참모는 충성 경쟁을 부추기며 무리한 인사를 권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과 제도 안에서 정책을 실현할 방법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실사구시는 사람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권한을 크게 행사하는 것이 리더십이 아니라, 권한을 절제하며 법과 원칙 안에서 행사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그것이 시민이 기대하는 진정한 실사구시이며, 민선 9기 파주시정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