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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짱돌’에 발끈한 권력…손배찬호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2026-10-22 08:05 | 입력 : 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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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백서조차 안 보이는 안개 속 시정… 소통의 폭 넓혀 시민 앞에 당당한 청사진 제시하라
최종환 시정의 주도권 논란, 김경일 시정의 독선 비판…손배찬은 책임 있는 협치로 답해야

▲ 내종석 파주신문 발행인

유시민 작가가 던진 비판의 ‘짱돌’에 이재명 정부와 여권 일각이 거친 말로 맞섰다. ‘저주’와 ‘망상’ 같은 표현까지 등장했다. 유 작가의 주장이 모두 옳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진단과 표현 역시 검증과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쪽이 비판의 내용에 답하기보다 발언자의 동기와 자격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은 과잉반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권력의 품격은 박수를 받을 때보다 불편한 질문을 받을 때 드러난다. 사실이 틀렸다면 자료로 바로잡고, 정책적 판단이 다르다면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비판자를 향한 격한 언사가 앞설수록 정작 국민이 들어야 할 설명은 뒤로 밀린다.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지지했다고 침묵할 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비판했다고 곧바로 적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비판을 견디고 타당한 지적을 받아들이는 힘은 통치 역량의 일부다.
유 작가가 던진 돌과 함께 살펴야 할 것은 그 돌에 반응하는 권력 주변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사실을 확인하고, 누군가는 개선할 대목을 찾으며, 누군가는 지도자의 표정부터 살핀다. 같은 질문 앞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반응은 그 사람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보여준다.

포전인옥(抛磚引玉). 벽돌을 던져 옥을 얻는다는 뜻이다. 본래 자신의 부족한 의견을 내놓아 다른 사람의 훌륭한 견해를 이끌어낸다는 겸양의 말이다. 오늘의 정치에 그 뜻을 확장해 읽으면 거칠고 불편한 문제 제기에서도 더 나은 답을 구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비판자를 ‘연못을 흐리는 미꾸라지’로만 여기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수면이 고요하다고 연못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조직 역시 질문과 이견이 살아 있고, 잘못을 발견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어야 건강하다. 잠시 일어나는 물결을 두려워하다 필요한 움직임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이 교훈은 출범 100일을 넘긴 손배찬 지방정부에도 그대로 닿는다. 특히 민주당이 이끌어온 앞선 두 시정의 경험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첫 번째 파주시정인 최종환 정부를 돌아보는 평가는, 청렴한 시정에 대한 긍정과 시장의 주도권에 대한 아쉬움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이를 날카롭게 압축한 표현이 ‘3인 시장 체제’, ‘6급 공무원 시장’이라는 비판이다. 이런 표현을 객관적으로 확정된 평가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남는다. 시장이 주변의 정치적 관계와 행정 관행을 넘어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도시를 이끌었는가 하는 물음이다.
시장에게 청렴은 기본이다. 여기에 도시의 방향을 정하는 구상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 필요한 순간 결단하는 책임감이 더해져야 한다. 주변의 의견을 두루 듣더라도 최종 판단의 주체가 누구인지 시민에게 분명해야 한다.

두 번째 김경일 시정을 바라보는 비판적 관점은 다른 지점을 향한다. 강한 추진력이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할 때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언론에서도 김 전 시장의 시정 운영을 독선이라는 말로 비판한 사례가 있다. 다만 정치권과의 거리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쟁점은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협의와 설득을 다했느냐에 있다.

두 시정의 경험에서 손배찬 시장이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주변의 영향력 속에서 시장의 책임이 흐려져서도 안 되며, 시장의 의지가 협의와 견제를 밀어내서도 안 된다. 독립적인 판단과 폭넓은 소통을 함께 갖춰야 한다. 협의한 뒤 결정하고, 결정한 뒤에는 시장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지는 행정이 필요하다.
출범 100일의 손배찬 시정은 지금까지 특별히 중대한 과오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한 출발로 보인다. 그러나 무난함만으로 시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는 없다. 시민은 안정 위에서 시작되는 변화와 그 변화를 이끌 구체적인 청사진을 기다리고 있다.

재정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이해한다. 파주시의 2026년 본예산은 약 2조 3,600억 원이다. 제1회 추경을 거치면서 약 2조 4,200억 원으로 늘었다. 숫자로만 보면 상당한 규모지만, 그 전부를 새로운 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도비 보조사업에 따른 시비 부담, 법정 의무경비, 인건비와 기존 사업비 등을 고려하면 새 자체 사업을 위한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가용재원을 본예산의 10% 미만으로 가정하면 약 2,4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원이 제한될수록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늦출지 더욱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회와 경기도, 시의회에 협력을 구하고 시민에게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는 일도 시장의 역량이다. 2천여 공직자와 경직된 행정 시스템 안에서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대외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손배찬호의 출항을 지켜보는 기자의 눈에는 아직 그 항로가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무엇을 먼저 해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까지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충분히 다가오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수위원회의 아이디어와 정책 제안, 도시 발전의 구상이 집약됐을 백서를 필자는 아직 본 일이 없다. 백서가 없거나 비공개 상태라고 단정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역을 취재하는 기자에게조차 그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면, 일반 시민은 새 정부의 준비 과정과 정책 구상을 어디에서 확인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원회는 무엇을 진단했고 어떤 과제를 제안했는가. 손배찬 시장은 무엇을 채택하고 무엇을 보류했는가. 채택한 과제는 어떤 예산과 일정으로 실행하는가. 백서가 마련됐다면 쉽게 찾아 읽도록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 정리 중이라면 핵심 제안과 검토 결과, 공개 계획부터 밝힐 일이다.

백서 한 권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준비 과정에서 모은 지혜가 실제 시정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시민 앞에 펼쳐 보이라는 요구다. 구상과 예산, 일정과 책임이 연결돼야 청사진은 설득력을 얻는다.
우선 되짚어볼 것은 성매매 집결지 문제다. 이 문제의 해결을 ‘1호 결재’로 삼겠다고 했던 다짐에는 새 시정이 무엇을 시급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무게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그 약속은 지금 어떤 논의와 절차를 거쳐 해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시민이 보고 싶은 것은 결재 이후의 과정이다. 폐쇄의 원칙과 당사자의 인권·자립, 주민의 생활과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함께 살피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관련 당사자와 주민, 시민사회와 전문가, 시의회와 행정이 참여해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대목부터 쌓아가기를 바란다.

모두의 참여가 모든 의견의 일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남는 이견에는 수용 여부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숙의가 실행으로 이어지고, 실행의 결과를 시민에게 보고하는 과정까지 갖춰져야 원숙한 해결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 외에도 교통과 지역경제, 균형발전과 생활환경 등 과제는 적지 않다. 그런데 무엇에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할 것인지가 아직 선명하게 읽히지 않는다. 주요 현안의 우선순위와 실행 일정을 시민 앞에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다가올 총선 국면에서는 그 우선순위를 지킬 시장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치권의 요구가 커져도 시민의 생활을 기준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치권과 협력할 일에는 적극 협력하되, 특정 세력의 이해가 행정의 판단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민주당이 배출하고 시민이 선택한 손배찬의 정부를 기대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참모, 언론인의 의중이 시정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남겨서는 곤란하다. 손배찬의 정부란 시장이 판단의 근거를 밝히고 결정에 이름을 걸며 결과에 책임지는 정부다.

주변 정책 자문그룹 구성원들의 진정성도 그 기준에서 살펴야 한다. 전문성과 근거를 갖춰 조언하는가. 자신의 의견도 검증받으려 하는가. 불편한 사실을 정직하게 전하고 시장에게 이견을 말할 수 있는가. 시장과의 친분보다 정책의 타당성을 앞세우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파주의 공론장 역시 돌아봐야 한다. 일부 페이스북 기반 미디어에서는 중앙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눈에 뜬다. 그러나 파주시정을 향해서도 같은 무게로 질문하고 있는가.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의 쓴소리는 시민에게 충분히 들리고 있는가. 먼 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만큼 가까운 권력을 살피는 눈도 필요하다.
손배찬 시장은 이러한 조용함을 마냥 즐겨서는 안 된다. 비판이 적다는 사실만으로 만족도가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기대하며 기다리는 침묵인지, 말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인지, 정책을 충분히 알지 못해 평가를 유보하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최종환 시정에서 제기된 주도권의 문제와 김경일 시정을 향했던 독선의 비판은 손배찬 시장에게 함께 주어진 숙제다. 자신의 판단으로 책임 있게 이끌되 충분히 듣고 설득해야 한다. 청렴에 실행력을 더하고, 추진력에 협의와 절제를 더해야 한다.

포전인옥의 지혜는 더 나은 답을 구하려는 겸손에서 시작된다. 비판의 돌에서 시정을 고칠 지혜를 얻고, 인수위원회의 구상과 한정된 재원의 운용 계획을 시민 앞에 펼쳐 보이기 바란다. 조용한 100일을 넘어 시민의 삶을 바꾸는 손배찬의 시간이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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