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엄숙하게 거행된 ‘장준하 선생 제51주기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며 고인의 숭고한 뜻과 넋을 기리고 있다.
장준하공원서 각계 인사 및 유가족 등 참석… “정의·자유·민주주의 향한 정신 계승 다짐”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사상가로서 평생 민족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제51주기 추모식’이 17일 오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장준하 공원’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장준하 선생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정의와 자유, 조국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정대철 헌정회 회장, 곽상언 국회의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박용주 경기북부보훈지청장,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 남평오 새미래민주당 사무총장, 성기율 파주민보 사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노동길 민주평통 상임위원, 광복회 대의원 및 회원, 사상계 편집위원, 유가족 장호권 회장 등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의 숭고한 삶과 정신을 기렸다.
추모식은 국민의례와 약사보고, 추모사, 추모공연, 추모기념관 건립보고, 유족 인사, 분향 및 참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소프라노 정은희 씨의 ‘그리운 금강산’ 추모공연이 울려 퍼진 가운데 참석자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사상계의 역사는 곧 민주화의 역사”
이날 추모사에서는 장 선생의 삶을 기리는 동시에,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서거의 진실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대철 헌정회 회장은 추모사에서 장 선생을 “일제에 항거해 무력 독립투쟁에 나섰고, 해방 이후 건국운동과 언론운동, 그리고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월간지 ‘사상계’를 언급하며 “사상계의 역사는 이 나라 민주화의 역사이고 독재에 항거한 역사”라며 장 선생의 언론정신을 높이 치켜세웠다. 정 회장은 장 선생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장준하 선생을 우리 젊은이들의 사표이자 민족의 사표로 계속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미래세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립정신과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의미를 다음 세대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박용주 경기북부보훈지청장은 “선생께서 후대에 남긴 용기와 신념, 나라와 민족을 향한 뜨거운 마음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가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소중한 정신적 유산”이라고 추모했다.
추모기념관 건립 추진…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이날 추모식에서는 ‘장준하 추모기념관’ 건립 추진 상황도 공개됐다. 신순녀 장준하 추모기념관 건립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서거 50주기를 계기로 본격화된 건립 사업의 청사진을 보고했다.
기념관은 파주 장준하 공원 내에 건립될 예정이며, 단순한 유품 전시관을 넘어 기록관·도서관·박물관 기능을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조성된다. 특히 미래세대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와 민주주의 발전사를 생생하게 배우는 ‘살아있는 역사·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추진위원회는 경기도, 국가보훈부, 파주시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학계·문화예술계·청년·시민사회 등으로 범국민적 추진체계를 확대하고 성금 모금과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장호권 회장 “진실의 손을 잡아달라… 제2·3의 장준하 태어나길”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 회장은 유족 인사를 통해 아버지의 정신을 오늘의 시대에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 회장은 “장준하 선생이 돌아가신 지 반세기가 지나고도 아직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완성하지 못했다”며 “선생께서 바라셨던 모두가 고루 평등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준하 선생은 시대에 가장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 순수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개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라며 “제2의, 제3의 장준하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고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장 회장은 추모식을 앞두고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1975년 8월 포천 약사봉 사건 당시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을 향해 진심 어린 호소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평생을 가슴에 품어온 그 어두운 비밀을 끌어안은 채 역사의 그늘로 남아있기보다는, 이제라도 따뜻한 용기를 내어 양심선언을 해달라”며 “내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진실의 손을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5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파주 장준하공원에 모인 각계 인사와 시민들은 장준하 선생이 끝내 이루지 못한 민주와 통일, 정의와 자유의 길을 후대가 온전히 이어가겠다는 뜻을 단단히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