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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역위원장 픽’과 명픽의 판박이: 권력이 이성을 잃었을 때 나는 불편했다.

2026-08-29 02:58 | 입력 : 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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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시장, 당내 균열과 불신의 유산 함께 짊어진 2차적 연대 책임자

▲ 내종석 파주신문 발행인

[시론] ‘지역위원장 픽(Pick, 선택)’과 명픽의 판박이: 권력이 이성을 잃었을 때 나는 불편했다.

유시민 작가가 던진 비판의 핵심은 단순한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다. 그것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메커니즘”에 대한 서늘한 경고였다. 대리인을 내세워 당을 지배하려 했던 여의도 민주당 중앙정치의 오만은, 안타깝게도 지방정치의 미세혈관까지 그대로 침투해 있다. 파주시장을 비롯한 일부 지역 공천 과정에서 반복되어 온 ‘지역위원장 픽’ 소동은 중앙의 ‘명픽’ 논란이 풀뿌리 현장에 투영된 씁쓸한 쌍둥이 복사판이었다.

특히 남파주 지역의 경선 과정은 이러한 권력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본선에 앞서 치러진 당내 경선의 불공정 시비와 줄 세우기 잡음은 중앙 권력 지형의 문제점을 미리 보여준 작은 예고편이었다. 과도한 권한 집행이 남긴 풀뿌리 당원들의 상처는 컸음에도, 경선이 끝난 뒤 지금까지 진정성 있는 치유나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승리가 과정의 불공정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음에도, 권력은 치유 대신 침묵과 외면이라는 찬 바람을 택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보여준 ‘54% 대 46%’라는 표심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당원들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키면서도 비주류에게 46%라는 유의미한 온기를 실어주었다. 권력이 한 방향으로 독주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적 긴장감을 지키려는 당원들의 고도의 결단이자 서늘한 경고였다.

국면 전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권력자의 눈치만 보며 자기 사람만 품어 안으려는 태도와 친위 세력의 난립이다. 이러한 때에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던진 "국면 전환을 위한 참모진 전면 교체"라는 쓴소리는 매우 엄중하고도 절박한 울림을 준다.

돌이켜보면 광우병 파동 등으로 정권 초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던 이명박 정부 역시, 국정 기조의 과감한 전환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감행하고서야 비로소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국정 운영의 물줄기를 바꾸는 출발점은 언제나 권력의 주변을 둘러싼 '충성 경쟁형 호위 무사들'을 베어내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진정 반전을 원한다면 권력자의 시선만 바라보며 당을 '일극 체제'라는 외길로 몰아넣는 소신 없는 참모진부터 과감히 쳐내야 한다. 직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충신을 발탁하기는커녕, 내부의 정당한 비판마저 '반명'이나 '반당'의 프레임으로 쇄국(鎖國)하듯 치부해 버린다면 현실 진단은 마비되고 정권의 자멸 속도는 가속화될 뿐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고사가 바로 자두연기(煮豆燃萁)다. ‘콩을 삶는 데 콩깍지를 태운다’는 뜻으로,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나 동지끼리 서로 시기하고 해치는 비극을 비유한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내부 동지를 배척하고, 지역위원장이나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이들만 챙기며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행태는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 자두연기의 전형이다.

내부의 쓴소리를 적대시하고 스스로 세력을 쳐내는 정치 세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정청래 후보를 지지했던 45.92%의 표심이나, 파주 지역 공천 과정에서 소외당하고 상처 입은 풀뿌리 당원들의 목소리는 배척할 대상이 아니다. 정권과 지방정치의 오만을 경계할 내부의 긴장 장치이자 지켜야 할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승리의 결실을 안고 지방시정을 이끄는 손배찬 파주시장의 책무는 더욱 막중하다. 힘겨웠던 당내 경선 속의 권력 쟁취라는 결과 뒤에는, 공천 과정의 불공정한 구도에 밀려 눈물 흘려야 했던 수많은 당내 동지들의 상처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손 시장 역시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당내 균열과 불신의 유산을 함께 짊어진 2차적 연대 책임자라 할 수 있다.

이제 손배찬 파주시장은 승자의 환희를 잠시 내려놓고, 경선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상처 입은 동지들'의 아픔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갈라진 지역 민심을 어루만지고 배척당했던 당원들의 목소리를 시정과 지역 당정 운영에 포용하는 '대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불공정했던 과정의 그늘을 지워내는 진정성 있는 보듬기만이 파주 민주당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동양의 오랜 지혜인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정당과 지방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내부의 풀뿌리 동지들과 지역 당원들의 마음조차 보듬지 못하고 상처를 준다면, 멀리 있는 주권자 민심의 마음을 얻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내 식구와 내부 비판자들을 먼저 품어 안아 기쁘게 하는 '근자열'의 진정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등 돌렸던 시민과 당원들이 다시 찾아오는 '원자래'의 정치가 완성되는 법이다.

유시민 작가는 고야의 말을 빌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을 뜬다”고 했다. 지금 집권 세력과 지역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충성이 아니라, 권력이 민주주의의 선을 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이성’이다.

파주 지역만이라도 민주당 대표 경선과 지난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오만한 권력 행사’의 문제점을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의 충고대로 비판을 가로막는 측근과 참모진을 쇄신하는 과감한 인적 결단을 내리고, 손배찬 시장을 필두로 상처 입은 풀뿌리 동지들을 포용하는 온기 있는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내부 동지를 태워 스스로를 삶아버리는 자두연기의 우를 범하지 않고 체질을 개선할 때, 비로소 다가올 선거와 지방정치의 미래에서 주권자의 선택을 받는 진정한 도구로 바로 서게 될 것이다.

당선된 지 백 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러한 직설을 던지는 것이 당사자들에게는 몹시 거북하고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굳이 이 무거운 펜을 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우하향으로 추락하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정권이 기득권 레거시 미디어와 자극적인 유튜버들의 말초적인 '꽹과리 알고리즘'에 포위되어 민심의 처절한 경고음을 전혀 읽어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하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불안한 정국을 바라보며, 허공에 흩어질지언정 어두운 담벼락을 향해 외치는 심정으로 써 내려간 이 글이 파주 정가의 이성을 깨우는 자그마한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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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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