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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 파주시 성매매집결지 폐쇄운동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026년 9월 14일 오전, 파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파주시 예산심의가 진행됐다. 나는 지난 4년동안 성매매집결지인 용주골 문제에 관심을 갖고 폐쇄운동을 이어온 시민으로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성매매집결지 공론화 사업’에 시민의 세금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의 현장을 찾았다.
이날 확인한 예산은 2억 400만원이었다.
공론장 한 차례를 개최하는 데 약 1,000만원이 필요하고, 모두 세 차례의 공론장이 계획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준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검증단, 자문단 등 여러 조직이 구성되며, 시민 40명이 세 차례 공론장에 참여하는 데 약 1,200만원이 편성된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그 목적과 필요성, 예산의 쓰임새를 묻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추진되는 이 공론장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가.
이미 상당 부분 폐쇄된 용주골, 다시 공론장이 필요한가
파주시의 설명과 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르면 용주골 성매매집결지는 행정과 경찰, 그리고 폐쇄운동을 이어온 시민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현재 영업이 85~90% 이상 중단된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 9월 3일에는 파주 연풍리 ‘대추벌’ 성매매집결지의 일부 업주와 종사자들이 파주시청 앞에서 성매매 영구 중단과 자발적 폐쇄를 선언했다. 이미 상당 부분 폐쇄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성매매집결지의 존폐를 논의하는 일인가. 아니면 폐쇄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행정력을 강화하고, 피해 여성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하며,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인가.
나는 후자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공론장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고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공론장이 필요하다면 먼저 그 목적과 의제가 분명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모두를 같은 자리에 세워도 되는가
파주시는 공론장 준비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의제를 발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학 전문가, 변호사, 시민단체, 마을활동가, 시민, 학부모, 여성단체와 여성인권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이해관계가 동일한 무게와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운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온 업주들의 재산권과 생계 문제를 논의하는 것, 성매매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의 인권과 회복을 논의하는 것,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성매매집결지로 인해 주거환경과 교육환경, 지역 이미지의 피해를 감내해온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성매매처벌법이 존재하는 이유에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공론장의 출발점 역시 분명해야 하지 않을까.
불법행위와 관련된 경제적 이해,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 피해자의 인권과 회복, 주민들의 생활환경 문제를 단순히 ‘이해관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동일한 위치에 놓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매매는 하지 않을 테니 생계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가
최근 일부 업주들이 더 이상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업종 전환과 생계 문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집결지 폐쇄 이후 지역의 경제적 전환과 주민들의 생계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의가 누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해당 기자회견과 관련해 공론장에서 업주들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발언에서는 70% 이상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준도 언급됐다.
나는 묻고 싶다.
왜 70%인가. 그 기준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정한 것인가.
성매매집결지에서 오랜 시간 피해를 감내해온 주민들의 의견은 어느 정도 반영되는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폐쇄를 위해 수년 동안 거리에서 활동해온 시민과 활동가들의 의견은 누가 책임 있게 듣는가.
공론장이 정말 필요하다면, 참여자별 의견 반영 기준과 의제 설정 방식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업주들의 목소리를 듣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견을 들을 권리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동일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론장은 모든 사람을 무조건 같은 위치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책임, 피해와 회복의 관계를 정확히 구분한 상태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어야 한다.
2억 400만원의 예산, 무엇을 위해 쓰이는가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공론장 장소와 운영방식에 관한 질의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고, 공론장을 준비하는 포럼 대표에게 관련 절차가 상당 부분 위임돼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2억 400만원의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구체적인 절차와 운영방식이 확정되기 전에 예산부터 심의하는 것이 타당한가.
공론장의 목적과 장소, 참여자 구성, 의제, 검증 방식, 결과를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먼저 공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준비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는 각각 얼마의 예산이 투입되는가.
▲검증단과 자문단의 운영비 및 수당은 얼마인가.
▲공론장 한 차례에 약 1,000만원이 필요한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시민 40명이 세 차례 참여하는 데 약 1,200만원이 편성된 이유는 무엇인가.
▲인건비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지급되는가.
▲공론장 결과는 실제 파주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것은 공론장을 방해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이 투명하고 적정하게 쓰이는지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문이다.
폐쇄 이후의 지역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어야 한다
나는 성매매집결지 폐쇄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용주골의 폐쇄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피해 여성들이 안전하게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주민들이 오랫동안 감내해온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역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키고, 해당 지역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론장이 필요하다면, 그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되돌리거나 불법행위로 경제적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의 이해를 우선하는 자리가 아니라, 폐쇄 이후 피해 여성과 주민들의 삶을 회복하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참여자 구성도 투명해야 한다. 피해 여성과 주민, 시민, 전문가, 폐쇄운동에 참여해온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업주 등 성매매 알선·운영과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경우에도, 그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시민을 대신해 묻고 확인해야 할 사람들
시장은 시민이 맡긴 권한으로 행정을 책임진다. 시의원은 시민이 맡긴 권한으로 예산을 심의한다. 그렇다면 이 사업의 필요성과 공정성, 예산의 적정성에 대해 시민을 대신해 묻고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공론장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참여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의제는 누가 결정하는지, 2억 400만원은 어디에 쓰이는지, 사업이 끝난 뒤 그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해 오랜 시간 싸워온 시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민의 세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공론장은 갈등을 덮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목적과 과정, 예산과 결과가 모두 투명해야 한다.
나는 오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성매매집결지 폐쇄운동을 이어온 활동가로서 다시 묻는다.
2억 400만원의 시민 세금은 정말 지금 필요한 곳에 쓰이는가.
이 공론장은 정말 시민을 위한 공론장인가.
그리고 지금 이 공론장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고 있는가.
시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을 아무렇게나 쓰라고 권한을 맡긴 것이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해 달라고 시장과 시의원을 뽑았다.
이제는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확인하고, 따져야 할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은 보고 있다. 그리고 묻고 있다.
“이 공론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