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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상사[養生喪死] 養 : 기를 양, 生 : 날 생, 喪 : 잃을 상, 死 : 죽을 사

2026-11-03 17:50 | 입력 : 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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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이를 봉양하고 세상을 떠난 이를 장사 지낸다는 뜻이다.

▲ 내종석 파주신문 발행인

손배찬호(號), 양생상사(養生喪死)의 정치…시민의 마지막 존엄까지 책임져야

산 사람 보살피고 떠나는 이를 예우하는 정치…‘실용과 성과’ 보여주길

양생상사[養生喪死] 養 : 기를 양, 生 : 날 생, 喪 : 잃을 상, 死 : 죽을 사

살아 있는 이를 봉양하고 세상을 떠난 이를 장사 지낸다는 뜻이다.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나오는 말로, 백성이 살아갈 때의 살림과 죽음을 맞은 뒤의 장례에 부족함이 없도록 보살피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전국시대 위나라의 양혜왕은 맹자에게 자신의 정치에 대한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하내(河內)에 흉년이 들면 백성을 하동(河東)으로 옮기고 곡식을 하내로 보내는 등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는데, 이웃 나라의 백성은 줄지 않고 자기 나라의 백성은 늘지 않는 까닭을 물은 것이다.

맹자는 전쟁터에서 달아나는 병사들의 비유로 답했다. 백 보를 달아난 사람을 오십 보 달아난 사람이 비웃는다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이었다. 양혜왕은 백 보를 달아나지 않았을 뿐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맹자는 그 말로 왕이 자신의 정치를 돌아보게 한 뒤,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구체적인 방도를 설명했다.

농사철을 빼앗지 않으면 곡식이 넉넉해지고, 촘촘한 그물로 연못의 물고기를 마구 잡지 않으면 물고기와 자라가 넉넉해지며, 때에 맞춰 산림에서 나무를 베면 목재가 부족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백성이 먹고살며 가족을 부양하고, 세상을 떠난 이를 장사 지낼 수 있는 바탕부터 마련하라는 뜻이다.

그 대목에서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양생상사무감, 왕도지시야(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 산 이를 봉양하고 죽은 이를 장사 지내는 데 부족함과 여한이 없게 하는 것, 그것이 왕도정치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에도 이 가르침은 선명하다. 시민이 먹고살 수 있도록 생활의 기반을 갖추고, 마지막 길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다. 출생과 보육, 일자리와 노후를 보살피는 행정의 손길은 마지막 이별의 자리까지 이어져야 한다.

태어난 시민을 축복하고 살아가는 시민을 보살피듯, 생을 마친 시민에게도 합당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시설을 구하는 불안과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까지 얹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존엄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져야 한다.

떠나는 부모는 ‘내 장례 때문에 자식에게 무거운 짐을 남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덜고, 남겨진 자녀는 비용과 예약에 쫓기지 않으며 마지막 인사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예를 다할 수 있고, 가족이 적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어도 존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양생상사의 뜻은 이러한 시민의 바람을 제도로 뒷받침할 때 오늘의 가치로 살아난다.
▲ 지난 10월 29일 파주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파주시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손배찬 파주시장과 참석자들이 장사시설 수급 및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10월 29일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손배찬 시장은 장사시설을 “시민의 존엄과 예우를 지키는 필수 공공서비스”라고 밝혔다. 그 인식에 공감한다. 이제 이 말이 시민의 마지막 길을 책임지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손배찬 시정이 내건 “평화가 머물고, 경제가 흐르는 파주”도 이 대목에서 되새겨볼 만하다. 그 평화는 시민의 삶과 죽음에도 머물러야 한다.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마음에도,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어르신의 마음에도 평온이 깃들어야 한다. “평화도, 경제도, 파주로!”라는 비전이 시민의 일상에 뿌리내리려면 생애의 마지막을 지탱하는 장례 기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장사시설의 안정적인 공급은 더욱 절실해진다. 공설·공동묘지의 수용 한계와 사설시설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공공 봉안·자연장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민간시설에 남은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시민의 필요가 모두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감당할 만한 비용으로 고인을 모실 수 있는지가 공공정책의 중요한 기준이어야 한다.

파주시민이 이용하는 이른바 벽제 화장장, 서울시립승화원의 수용 여건도 살펴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증설과 승화원 스마트 화장로 전환 등 공급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4월 운영 화장로의 1기당 하루 평균 가동 횟수가 6.5회로, 권고 기준 3.5회의 약 두 배에 이르러 설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 개선과 함께 장기적인 수요 분산과 안정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화장 수요가 몰려 예약 여유가 줄면 발인과 운구, 이후 안치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족에게는 장례기간 연장과 추가 비용의 문제가 된다. 부모를 떠나보내는 순간까지 시설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을 행정이 덜어줘야 한다.

화장 이후의 안치 여건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서울시설공단은 시립봉안시설의 안치 여건 부족으로 2022년 4월 25일부터 신규 봉안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일과 이후 봉안·자연장시설을 확보하는 일은 서로 이어져 있다. 고인을 모시는 전체 과정을 살펴 공공서비스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

이런 시설을 마련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필요성에 공감해도 생활권 안의 입지 문제에 이르면 의견이 갈린다. 님비 현상에 따른 주민 반발과 선거의 표 계산 부담은 지역 정치가 감당해야 할 무거운 과제다. 그러나 결정을 미룰수록 그 부담은 장례를 치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역대 시정이 넘겨온 이 숙제를 손배찬 시정에서는 끝내야 한다.

그 출발은 주민의 우려에 성실하게 답하는 데 있다. 생활환경과 교통, 재산권에 관한 걱정은 행정이 풀어야 할 구체적인 문제다. 입지 선정 기준과 환경 검토 결과를 공개하고, 교통 대책과 주변 지역 지원, 주민의 운영 감시·참여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역의 부담을 도시 전체가 공정하게 나누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

손 시장에게 기대하는 바는 성장 과정에서 체득한 부모 공경의 마음을 시민 전체를 위한 공공의 책임으로 넓혀가는 일이다. 부모에게 예를 다하려는 마음이 장례를 치르는 시민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힘이 되고, 그 공감이 오래된 과제를 풀어내는 정책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누구의 부모든, 어느 집안의 마지막이든 귀하게 대접받도록 제도를 갖추는 일에 시장의 선한 마음이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정책으로 실현할 기준은 손 시장이 취임 때 내세운 ‘실용과 성과’에 있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선택하고,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로 완성해야 한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 일정과 예산, 책임 부서를 명확히 하고 단계별 이행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때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쌓인다.

그 과정에 필요한 뚝심은 충분히 듣고 설명하며, 조정할 것은 조정하면서도 필요한 결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힘이다. 장사시설은 임기 안에 박수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고, 결실을 먼 훗날 시장이 거둘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 준비해야 한다.

망자의 존엄을 지키고 유족의 슬픔을 덜어주는 행정의 시간은 당장의 인기를 따지는 정치적 계산의 시간보다 길어야 한다.

양생상사(養生喪死). 맹자가 양혜왕에게 일러준 정치의 시작은 백성이 살아갈 때와 세상을 떠날 때 모두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일이었다. 오늘의 파주도 그 가르침 앞에 서 있다. 태어날 때 환영받고, 살아갈 때 보호받으며, 떠날 때도 예우받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손배찬 시정이 효의 마음을 설득의 정성으로, 설득의 정성을 실행의 뚝심으로 이어가기를 바란다. 부모와 자녀 모두 마지막 이별 앞에서 조금 더 평온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것이 평화가 머무는 파주가 갖춰야 할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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