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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로 재구성한 신윤복 씨와 친모 신봉자 씨의 가상 모자 상봉 모습. 신봉자 씨 측 가족이 제공한 이미지로 지난 4월 신윤복 씨가 파주시청을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AI로 재가공했다. 실제 상봉 모습이 아닌 가상 이미지다. |
“너무 기뻐 가족 셋이 얼싸안고 울었다”…신 씨 “어머니 마음의 준비가 되면 찾아뵙고 싶어”
“어머니를 찾습니다.”
지난 3월 25일 파주신문이 전한 네덜란드 입양인 신윤복 씨(현지명 Yoen de Loors·1973년생)의 간절한 호소가 약 6개월 만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 확인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신 씨와 친모로 추정됐던 신봉자 씨(1948년생)의 모계 관계가 유전자 검사에서 99.999%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검사는 ㈜다우진유전자연구소에 의뢰해 진행됐으며, 신 씨와 신봉자 씨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검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신문 첫 보도…“어머니를 찾습니다”
신윤복 씨의 가족 찾기는 지난 3월 25일 파주신문의 첫 보도로 시작됐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신 씨는 자신의 입양 서류에 기록된 출생지가 ‘파주군 조리면 동리 80’으로 돼 있고, 친모의 이름은 신봉자, 1948년생으로 기록돼 있다며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사연을 전했다.
신 씨는 당시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4월 6일 파주신문은 신 씨가 파주경찰서를 찾아 ‘헤어진 가족 찾기’를 신청하고 파주시청 가족관계등록 담당 부서를 방문한 사실과 함께 조리읍 봉일천4리 일대를 찾아 주민들에게 어머니의 흔적을 수소문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신 씨는 당시 봉일천4리와 캠프하우즈 주변을 찾아 오랜 세월을 기억하는 주민들을 만났고,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한 여성의 모습 등을 단서로 가족 찾기를 이어갔다.
한 통의 제보…다시 시작된 가족 찾기
결정적인 단서는 이후 시민의 제보에서 나왔다.
파주신문 보도 이후 가족 찾기 현수막이 봉일천 일대에 게시됐다는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 “친모로 추정되는 인물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의 제보를 보내왔다.
당시 가족 찾기에 도움을 준 김훈민 조리전통시장 상인회장도 현수막을 게시하고 주변에 사연을 알리며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파주신문 취재진은 제보 내용을 토대로 경기 남부에 거주하는 신봉자 씨를 확인했고, 신 씨와 협의해 유전자 검사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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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2일 파주신문 취재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친모로 추정되는 여성이 유전자 검사를 위해 모발을 채취하고 있다. 이날 채취한 검체는 유전자검사기관에 의뢰됐다. ⓒ하효종 기자 |
지난 2일에는 취재진이 경기 남부를 찾아 신봉자 씨의 동의를 얻어 모발과 구강상피세포 등을 채취했다. 네덜란드에 있던 신 씨의 검체도 국내로 전달돼 함께 검사가 진행됐다.
파주신문은 이 과정을 지난 9월 2일 ‘한 통의 제보가 찾아낸 엄마의 흔적…신윤복 씨, 53세에 친모 찾기 다시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너무 기뻐 가족 셋이 얼싸안고 울었다”
그리고 9월 9일, 기다리던 검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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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우진유전자연구소의 의뢰 결과 번역본. 검사 결과 두 사람의 모계 관계가 99.999%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다우진유전자연구소의 검사 결과 신윤복 씨와 신봉자 씨 사이의 모계 관계가 99.999%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씨 측에 따르면 검사 결과를 전달받은 뒤 가족들은 큰 기쁨을 나눴다.
신 씨의 통역자는 파주신문에 “어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결과는 일치했고, 너무 기뻐서 윤 가족 셋이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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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 딸 소나와 아내 린다가 어머니를 찾은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어제 만든 케이크. <사진제공 신윤복> |
신 씨는 친모인 신봉자 씨에게도 검사 결과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신봉자 씨 가족이 상중인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 씨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어머니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통역자를 통해 신 씨는 “어머니께서 마음의 준비가 되시면 언제든지, 다음 달이라도 가족을 데리고 찾아뵙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그동안 자신의 가족 찾기를 도와준 파주신문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직접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밝혔다.
가족사진으로 이어진 또 하나의 만남
신봉자 씨 측 가족은 신윤복 씨에게 전달해도 좋다는 뜻과 함께 가족사진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에는 신 씨의 친자매와 형제들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년 동안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사진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실제 만남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신 씨와 신봉자 씨의 첫 만남은 오랜 세월의 간극과 가족들의 상황을 고려해 서두르기보다는 서로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6개월간 이어진 취재…‘기록’이 ‘만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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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3일 파주를 방문한 네덜란드 입양인 신윤복 씨가 파주신문 관계자 및 김훈민 조리전통시장 상인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효종 기자 |
신윤복 씨의 가족 찾기는 단순한 개인의 사연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픈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과 사회적 편견,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가던 여성들의 어려움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됐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뒤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가족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 씨 역시 53년의 세월을 살아온 뒤 자신의 출생기록에 남아 있던 이름 하나를 붙잡고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파주신문의 첫 보도가 있었고, 주민들의 기억과 시민의 제보, 가족 찾기 현수막, 취재진의 현장 확인과 유전자 검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를 찾습니다”라는 호소가 “모계 관계가 확인됐습니다”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사람이 실제로 마주 앉는 일이다.
신윤복 씨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마음의 준비를 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가족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아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다.
53세 아들의 파주신문을 통한 6개월간의 가족 찾기는 이제 ‘찾는 과정’을 넘어 ‘가족으로 다시 만나는 과정’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