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24일, 바다의 혼을 품고 독립 정신을 실천하려 했던 뗏목 <발해 1300호>는 일본 오키섬 앞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끝내 귀환하지 못했다. 당시 장철수 대장과 이용호·임현규 대원, 이덕영 선장은 발해 건국 1300년을 기념하며, 외환위기로 흔들리던 조국에 희망을 전하고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주까지의 긴 항해에 나섰다. 이들은 오직 바람과 해류에 의존한 뗏목 항해로 한반도의 해양 영토, 특히 독도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
그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뜻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여정이 2025년 6월 18일 시작되었다. ‘DMZ 평화동행’(대표 안재영)이 주관한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탐사는 이날 오전 6시 경기도 파주를 출발, 같은 날 오후 2시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범선 코리아나 호(선장 정채호)에 승선하며 본격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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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 호에 걸린 <발해1300호>깃발 |
코리아나 호에는 30명의 탐사대원과 6명의 선원이 탑승했다. 이들은 밤낮없이 14시간을 항해해 6월 19일 오전 7시경, 마침내 독도에 입도했다. 길이 41m의 범선에는 ‘발해 1300호’ 깃발과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가 적힌 한반도기가 휘날렸고,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며 한반도 평화와 독도 수호의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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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 망양대에서 탐사대원들은 남북평화와 독도수호의 의지를 다졌다. |
입도 직전, 탐사대는 독도 전문가 안동립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부속 섬들을 직접 눈에 담았다. 이어 동도에 위치한 망양대를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른 뒤, 가수 백자와 함께 ‘홀로아리랑’을 부르며 남북이 독도로 하나 되기를 염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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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 망양대에서 본 코리아나 호와 맞은편 서도의 모습 |
이후 오전 8시 30분, 독도를 떠난 범선은 울릉도로 항해하여 약 6시간 만에 현포항에 도착했다. 탐사대원들은 해수욕과 자유시간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했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마지막 날 일정을 취소하게 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후 8시경 울릉도를 출발한 탐사대는 선상에서 조별 장기자랑과 백자의 공연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노승현(18) 군은 “경찰이 꿈이었는데 이번 독도 탐사를 통해 독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독도경비대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탐사는 21세기 해양시대를 예견하며 “독도는 땅이 아닌 바다의 문제”라 말한 장철수 대장의 철학을 되새기며, 민간이 이끄는 독도 수호 정신의 실천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평화 교육의 장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