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내 건물 유리문에 부착된 손글씨 벽보. 태극기가 함께 붙어 있는 유리창 너머로 “집창촌은 합법이고 죄가 아님”, “집창촌은 남성의 권리” 등 성매매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일대에 불법 성매매를 옹호하고 위협적인 언사를 담은 손글씨 벽보가 잇따라 부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한편, ‘성매매집결지 폐쇄’라는 흔들림 없는 대원칙 아래 파주 지역사회가 갈등의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공동의 책임의식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보된 현장 사진에 따르면, 집결지 내 건물 유리문에 부착된 벽보에는 “집창촌은 합법이고 죄가 아님 비범죄임”, “집창촌은 남성의 권리 남성의 권리 지키자” 등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억지 주장이 적혀 있다. 또한 폐쇄를 추진하는 이들을 향해 구족을 멸하겠다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위협도 담겼다.
이번 사태를 제보한 시민활동가 최모 씨의 목소리에는 짙은 참담함이 배어 있었다. 최 씨는 “불법을 찬양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 벽보가 집결지 내부 여기저기를 넘어 파주시 건물에까지 버젓이 나붙었다는 사실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의 파주가 마치 현행법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 지대나 무정부 지역으로 전락한 것 같은 절망감마저 든다”며, “더 이상 공권력이 유린당하고 시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치안 당국의 한층 더 적극적이고 단호한 활동이 절실하다”고 애타게 호소했다.
벽보에 담긴 주장이 품고 있는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첫째, ‘집창촌은 합법’이라는 주장은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다.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고 시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둘째, 성매매를 ‘남성의 권리’로 포장한 것은 여성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인권 유린과 성착취 구조를 정당화하는 반인권적 궤변이다. 셋째,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하여 ‘구족을 멸하겠다’며 폭력을 암시하는 것은 민주적 의견 표출의 선을 넘어선 범죄적 협박 행위로, 공공의 안전과 시민 사회의 질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태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논리 비약과 손글씨로 적어 내려간 내용의 조악성을 볼 때, 이를 성매매집결지 업주나 관계자들의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집결지 폐쇄’를 향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개인의 일탈 행위로 봄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파주경찰서 담당 부서에 사실관계를 긴급 확인한 결과, 경찰 측은 “대자보 부착 문제는 이미 알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 인력도 집결지를 수시로 순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 기자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긴급 점검을 진행한 결과에서도, 현재 용주골 일대에서 특별히 영업 활동을 재개하려는 분위기나 조직적인 특이 동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일탈 행위가 왜 이 시점에 발생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이다. 파주시가 성매매집결지 폐쇄 및 생활·공간 전환을 위해 ‘시민공론장’을 추진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불거진 이 같은 돌출 행동은 단순히 한 개인의 빗나간 해프닝으로만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불법의 고리를 끊어내는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마찰음이자, 지역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진통의 단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파주 정치권과 시 관계자, 그리고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거나 불필요한 억측을 생산하기보다는 뼈아픈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행정과 정치권은 ‘용주골 완전 폐쇄’라는 확고한 전제 아래 진행되는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불안감이나 돌출 행위 등의 갈등 요소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시민사회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회적 상처를 보듬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본지는 이번 벽보 논란이 파주시가 추진하는 시민공론장의 본질을 흐리거나 소모적인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엄중히 경계한다. 눈앞에 나타난 조악한 벽보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탈이 발생했는지 구조적 원인을 살피고 빈틈없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성매매집결지 폐쇄’라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원칙 위에서, 파주 지역사회 전체가 불법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씻고 건강한 공간 전환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성숙한 연대와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